[황인선의 컬처&마케팅]

[논객칼럼=황인선] 얼마 전 모 광고회사에 다니는 제작 본부장이 다음 글을 페북에 올린 적이 있었다. “요즘 직원들은 유능한 CD팀에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별로 유능하지 않은 CD팀에 가려고 하는데 그 팀에 가면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라네요. 우리 때와 너무 다르네요.” ‘다른 직장도 아니고 누구보다 성취욕이 강한 직장인 광고회사에서?’ 그 글에 자기네 직장도 그런 상황이라며 동조하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픽사베이

흔들리는 직장 VS 직장 3.0시대

요즘 직장 풍경과 직원 상(像)이 변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도대체 왜 이래? 전부 검색만 하고 자기 머리가 없어.” 헤맨다. 인당 생산성도 추락중이다. 나라는 일자리 걱정인데 내가 아는 지인들 상당수는 차라리 1인 기업을 선택한다. 젊은 직원들은 요구도 많고 키워봐야 훌쩍 떠나기 때문이다. 국가가 아무리 일자리 전략을 짜도 직장 문화가 이렇다면 일자리 정책의 목적인 고용 안정과 생산성 상승은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다. 피터 드러커는 이를 두고 “문화는 전략을 하루 아침거리로 먹어치운다.”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인데 사회적 파괴와 대응 관점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사회가 지속되다 보면 사회적 통념과 코드가 고착화된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에 그 통념이 깨지는 사회적 파괴가 발생한다. 그러면 그 파괴에 대응하는 새로운 이념과 신화가 필요하다. 더글라스 홀트가 쓴 『컬트가 되라』의 모델을 따른다면 그렇다. 1980년대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이 깨지는 사회적 파괴에 대응하면서 나이키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지금 한국 사회도 그러한 사회적 파괴 중에 있는 것 같다. 직장 문은 좁아졌고 직장 공동체 신화는 의심받고 있다. 언론과 드라마는 갑질, 성희롱 등으로 직장을 범죄시하여 옭죄고 직장인들은 또한 AI가 불안하고 회사를 불신하여 스타트업, 1인 창업을 대안으로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버킷 리스트를 찾는다.

내 시계는 지금 한국은 직장 3.0 시대를 맞고 있다고 가리킨다. 직장 1,0시대에 직장인 상은 개였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개처럼 일하고 주는 대로 받으면 되었다. 직장 2.0시대는 1998년 국가부도이후부터 2016년 촛불집회 전까지라고 생각된다. 종신 고용 신화는 무너졌고 회사가 지켜줄 것이라던 믿음이 깨진 시기다. 그래서 고양이처럼 따로 놀며 자기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 했다. 2002년 무렵에 ‘개의 시대는 가고 고양이 시대가 온다.’는 진단도 있었다. 직장 3.0시대는 갑질, 미투가 봇물처럼 터지고 청년 일자리 지원,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2017년부터로 보여 진다. 대박의 꿈을 불 지르는 유니콘 신화와 함께 반대로 직장 문이 극도로 좁아진 시대다. 이 시기 직장인은 매나 두꺼비처럼 산다. 꿈을 키우며 현실 위에 높이 날던지 아니면 꿈쩍도 않고 조용히 있다가 먹이만 보이면 날름 먹어치우는 두꺼비. 지금 직장에는 개, 고양이, 매, 두꺼비가 같이 산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그래서 더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2020년 흰 쥐띠의 해에는 동물농장에서 유연하게 사는 법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황인선

현 서울혁신센터장. 경희 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KT&G 미래팀장, 제일기획 AE 등 역임. 컨셉추얼리스트로서 마케팅, 스토리텔링, 도시 브랜딩 수행. 저서 <꿈꾸는 독종>, <동심경영>,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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