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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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유랑’이란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평생을 유랑하였던 ‘남미의 예수’ 체 게바라다.

(체 게바라에 대한 긍부(肯否), 훼예포폄(毁譽褒貶)이 엇갈리는 것을 모르지 않다. 그저 이 글에서는 유랑과 여행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물론 목적 지향성이 뚜렷한 유랑이었다. ‘맹우’ 카스트로와 함께 바티스타를 축출하기까지의 지난한 여정! 영화가 따로 없다.

그 후 중앙은행 총재와 장관직까지 미련 없이 던지고 다시 한 명의 전사가 되어 콩고와 볼리비아로 향했던 불세출의 혁명가 체 게바라.  

이 라틴아메리카의 영웅을 만든 원동력은 바로 유랑이었으리라.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남북 아메리카 각지를 여행함으로써 나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만큼 변했다”는 그의 말처럼.

코즈모폴리턴으로서의 면모도 인상적이다.

“멕시코에서는 멕시코 사람처럼, 페루에서는 페루 사람처럼 느꼈다. 지금도 쿠바에 있을 때는 쿠바 사람이라 느끼고, 아르헨티나에 있으면 아르헨티나 사람으로 느낄 것이다. 어디에 있든 이것이 내 성격을 떠받치고 있다.”

‘체 게바라’ 하면 쿠바가 저절로 떠오르지만, 사실 그는 쿠바 사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엘리트다. 그는 영웅적 지위에 오른 후에도 “높은 좌대에 올라 국민의 생활과 무관한 곳에 자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물론 게바라 입장에서는 쿠바 사람인지 아르헨티나 사람인지에 대한 구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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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어보자.

“여행은 굳이 어떤 목적을 갖지 않아도 좋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정해진 시간 내에 어느 곳에 도착을 해야 한다면, 나의 눈과 귀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할 것이란 의미가 아닐까. 아마 인생이란 것도 그럴 것이다.”

​게바라는 이어서 말한다.

“여행에서의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들을 우리가 모두 가슴에 담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의 여행을 하는 것이리라. 굳이 그 무엇을 찾으려고 매달리는 것보다는 하루하루가 새롭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유랑의 아이콘.
에르네스토 라파엘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Rafael Guevara de la Serna)!

“굳이 그 무엇을 찾으려고 매달리는 것보다는 하루하루가 새롭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을 되뇌어본다.

 석혜탁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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