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 30]

[오피니언타임스=김대복] 산에 오르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등산로도 있고, 오솔길도 있고, 토끼나 사슴이 다니는 숲길도 있다. 헬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케이블카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등산 방법은 자신의 취향과 신체적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 구취와 연관성 있는 게 불안이다. 긴장이 고조되면 입이 마르고, 장기화되면 입냄새가 날 수도 있다.

무대공포, 대인공포, 발표불안, 면접 긴장 등도 치료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신경정신과를 찾을 수도 있고, 스피치 학원에 다닐 수도 있고, NLP 훈련을 할 수도 있고, 호흡과 명상 수련에 의지할 수도 있고, 한의원에서 치료할 수도 있다.

이 중에서 어느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각 분야 종사자들은 나름 해소 논리가 있고, 치료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각 기관에서는 경험이 축적돼 치료 성공에 대한 믿음도 강하다.

Ⓒ픽사베이

한의학에서도 발표불안과 면접 긴장, 우울증 등은 연구를 많이 하는 분야다. 동의보감에 소개된 경계(驚悸), 정충(怔忡), 심담담대동(心澹澹大動) 등이 발표불안 우울증 공황성 장애와 연관이 깊다. 경계는 걱정이 심한 것으로 심(心)이 허하고 담(痰)이 울체된 상태다. 정충은 두려움에 가슴이 떨리는 것이고, 담(痰)이 쌓인 심담담대동은 가슴을 진정되지 않는 중증이다. 불안과 두려움 정도는 경계 <정충 <심담담대동이다.

치료는 담(痰)의 제거와 심장 기운을 북돋는 방법이다. 두려움은 흔히 정신작용으로 생각한다. 두뇌 영역을 떠올리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발표불안 두려움 등의 원인을 심열(心熱), 담음(痰飮), 혈허(血虛)로 파악한다. 심열은 걱정과 불안이 계속돼 자율신경이 실조된 것이고, 담음은 몸의 비정상적인 체액의 흐름으로 나타나는 부종이다. 혈허는 국소 부위의 혈액 순환의 저하 또는 혈액 부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의 오장육부에서 유일하게 정신과 몸을 관장하는 게 심장이다. 심장은 혈액순환을 통해 전신에 생명을 불어넣고 영양분을 공급한다. 심장이 허약해 혈액과 영양 공급력이 떨어지면 신경성 소화장애 등 마음에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는 심장에 열이 더 쌓이고, 담(痰)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된다. 이 과정에서 발표불안이나 두려움이 가중된다.

의학강목에는 ‘원인이 담(痰)이다. 두렵거나 놀랄 때도, 또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심장이 스스로 움직인다. 이는 놀라서 심장이 동한 것(心澹澹動者, 因痰動也, 謂不怕驚而心自動也. 驚恐亦曰心中澹澹, 謂怕驚而心亦動也)이라고 했다. 발표불안 등의 공황성 장애를 심장과 연계해 파악한 것이다. 따라서 발표불안 치료는 우선적으로 심장 강화에서 시작되는 게 바람직하다. 심열을 진정시키고, 몸의 균형을 되찾게 하면 발표불안이 호전된다.

치료탕약은 뇌신경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의 관련 장부를 든든하게 하는 약제를 사용하면 예기불안이 점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 직면불안도 많이 완화돼 비교적 안정된 발표를 하게 된다.

이 같은 탕약으로는 마음이 불안과 가슴 두근거림을 완화하는 대복탕, 천왕보심단, 청심온담탕 등이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면접이나 프리젠테이션 등에서 단기적으로 대응하려면 대복환도 효과적이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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