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아재는 울고 싶다]

[오피니언타임스=하정훈] 투유프로젝트 슈가맨3의 양준일편을 보게 되었다. 최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양준일’이라는 이름과 ‘리베카’라는 곡명이 떴었는데, 그저 흘려보내다가 무대 동영상을 집에 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보게 됐다. 30년 만에 소환된 양준일의 리베카 무대는 충격적이었다. 30년이 지났지만 세련된 멜로디는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고, 양준일의 소울과 표현력은 요즘 가수들에게서 본적 없는 날것의 감성들이었다. 압도적이었다. 방송 영상을 10번 이상 다시 재생해서 보았다.

1991년에 데뷔한 양준일은 시대를 앞선 음악과 퍼포먼스 때문에 방송가 여기저기에서 배척당하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영어를 방송에서 많이 써서 국어를 저해한다는 말 같지 않은 이유로 방송정지를 먹었다. 노래가 그 시대에 퇴폐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야외공연에서 관객에게 돌을 맞았고, 그를 싫어하는 출입국 업무담당자가 비자갱신을 해주지 않아 한국을 떠나야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그 시대엔 너무도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양준일의 무대도 훌륭했지만 내게 인상적이고 더 마음에 남았던 건 그의 가수로서 가치관과 세계관이었다. 겸손이 배어있는 어른이었다. 과거의 성과를 계속해서 회고하고 즐기는 우리네 어른들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양준일이라는 가수를 만나서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재석이 방송 인터뷰 말미에 물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나는 계획 같은 걸 세우지 않는다. 그저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 목표가 있다면 겸손한 남편과 아빠로서 사는 것뿐”

이런 대답을 한국의 어른들에게서 들어본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참 놀랍고 멍해지는 답변이었다. 왜 시대는 천재를 못 알아보는 것인가? 왜 시대는 낯설고 특별한 것들에 대해 등지고 배척하는 것인가? 참 답답하다.

양준일이 자신의 20대에게 영상편지를 남겼다. ‘너가 꿈꾸는 것들이 다 안 이루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언젠가는 완벽하게 다 이루어질거야’ 눈물 나는 메시지였다.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릴 내용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슈가맨을 통해 양준일이나 우리들에게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순간을 다시 만나게 됐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처럼 매력적이고 기적적인 일이 벌어졌다. 양준일의 메세지처럼 우리도 자신을 믿는다면 언젠간 영화적 순간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정훈

그냥 아재는 거부합니다. 낭만을 떠올리는 아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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