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영상 감상하기24]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이번에 추천하는 동영상의 연사 닉 하나우어(Nick Hanauer)는 미국인으로서는 매우 독특한 이력의 운동가(activist)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운동가란 진보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발전을 위해 변화를 촉구하는 실천적 운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하나우어는 벤처케피탈리스트이자 0.01%에 속하는 억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문제가 미국 자본주의를 망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는 면에서 색다른 인물이다.

하나우어는 몇 년 전 《Beware, fellow plutocrats, the pitchforks are coming》이라는 TED 강연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것과 유사한 내용을 다루었다. 이전 동영상에서는 주로 자신이 지지했던 최저임금제의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비중을 두었던 반면, 이번 동영상에선 동일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경제학(New Economics)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하나우어는 미국 시애틀을 거점으로 하면서 미국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민운동을 주도해왔다. 대표적으로는 시애틀 지역에서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7.5달러의 두 배에 해당하는 15달러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운동을 주도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2019년 시애틀에서는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올랐으며 일부 사업장(맥도날드)에서는 16달러로 인상되었다. 이와 관련해 하나우어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음에도 궁극적으로 고용이 감소하거나 사업체가 문을 닫기는커녕 오히려 고용이 안정되고 사업체들도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건실해졌다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라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 문제는 경제적 측면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미국과 단순히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와 사업장 폐쇄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우어는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이 능력이 뛰어나거나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돈을 번 것이 아니라 미국의 지배적인 경제논리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그의 말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억만장자인 그가 다른 정치적 야망을 숨기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그에게서 진정한 시민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자신이 부자이므로 외부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정신을 가진 운동가가 필요하다. 자신의 출세나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서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축을 형성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운동가가 절실하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런 운동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나우어는 기존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 현재와 같은 비극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경제학”을 제안한다. 필자는 그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라는 표현에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던 경제이론은 좁게는 “효율적 시장가설”이고 넓게는 “신고전파 경제이론”이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대한 그의 비판의 핵심은 효율적 시장가설이 현실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임금이 상승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균형이론적인 사고 또한 틀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효율과 이기심을 강조하는 이론보다는 협력과 상호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 또한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대한 비판이다. 비록 그의 주장이 엄격한 이론 모형을 통해서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실증자료에 의해 충분히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조셉 스티글리츠를 포함해 이른바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을 소개하는 이유는 행동가로서 그가 제안하고 있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경제학에 포함되어야 할 다섯 가지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강조하고 있다: 1) 시장은 정글이 아니라 정원처럼 간주해야 한다 2)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제도를 장려해야 한다 3) 기업은 주주가치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 4) 탐욕은 좋은 것이 아니다. 협력이 중요하다 5) 물리법칙과는 달리 경제법칙은 선택 가능하다. 즉 경제법칙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반영하는 신경제학은 오로지 이기적인 계산만 강조하는 “합리적 인간”에 근거한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 복잡계이론, 신경과학 그리고 진화론에서 밝힌 내용을 통합한 새로운 이론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요지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공유광장(www.iksa.kr) 운영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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