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의 저녁풍경]

[청년칼럼] 얼마 전 송년회에서 들은 말이 잊히지 않는다.

“관리 좀 하지”

이게 무슨 망발(妄發)이란 말인가. 오랜만에 모인 반가운 자리에서 저런 ‘인사’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걸까. 순간 당황해서 어색하게 웃자, 뭘 그렇게 반응하냐며 도리어 큰소리다. 그는 나쁜 사람인 걸까, 아니면 저급한 환영 인사에 ‘쿨’ 하지 못한 내가 쪼잔한 것일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만나는 부류가 있다. 속칭 ‘프로 직설러’라 불리는 그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일상적 악마’인 그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인간의 ‘악한 얼굴’은 페르소나(persona)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쩌면 선인이기도, 어쩌면 악인이기도 한 우리. 인간의 내면은 본성 또는 사회적 룰에 따라 ‘가면’을 쓰고 드러난다. 한마디로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 일종의 ‘역할 게임’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것 뿐이다. 자, 당신은 주로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자 어두운 자아이다”

Ⓒ픽사베이

우리는 관계 속에서 늘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것이 악의든, 아니든 말이다. 그렇다면 페르소나는 인간의 그늘진 본성만을 담고 있는가. 사전적 의미의 ‘페르소나’는 가면을 뜻하며, 심리학적 접근에서 ‘가면을 쓴 인격’으로 해석된다. 그날 내가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일종의 페르소나인 것이다. 분명히 내가 통제할 수 있었고, 그도 통제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그냥 들이받을 걸 그랬나.

내가 주도하지 못하는 감정은 위험하다. 삐뚤어진 ‘자아’는 낙오된 인격이며, 결국은 ‘무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요즘은 아주 칼춤을 추라고 판을 깔아준다. 가면 쓴 공간에서 휘두르는 칼날이 어디 통제가 되던가. 익명의 댓글에 찔려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치유 못할 내상(內傷)을 입는다. 비평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에 상처받는다는 것. 핑계없는 악플은 없다. 조금만 덜 ‘짜도’ 좋을 것이다. 분명 그런 선택지도 있었을 것 아닌가.

가족끼리는 또 어떠한가. 아이러니하게도 정서적으로 가장 친밀한 사이가 더 신랄하다. 엄마와 딸은 그야말로 애증(愛憎)의 관계이다. 누구보다 ‘솔직과격’한 사이가 아닐까. ‘의외로’ 모녀 사이에 간지러운 표현이란 드문 것. 거침없는 ‘지적질’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더욱 아픈 법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고운 말로 감싸 건네면 어떨까. 대화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아닌 척 상대방을 곤경에 빠트린 적이 있는가.

“내가 거짓말을 못해서”
“나쁜 뜻은 없는데”

나의 행동은 나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혹여 뒤틀린 자존감이 발톱을 드러내진 않았을까.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신경학자 프로이트는 자아와 행동의 ‘항상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젠가 내가 겪은 불쾌함은 누군가를 향한 ‘감정보복’으로 이어진다는 것. 심리적 상처에 대한 ‘보상욕구’는 자칫 주변 사람을 할퀴기도 한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은 ‘못된’ 방어기제 때문이다. 타인에 상처를 덜어준 만큼 자아가 회복된 걸까. 어리석은 착각이며 천박한 자기논리이다. 평상시 마음을 잘 단장해야 할 것이다.

착한 페르소나는 늘 그렇듯 당신을 기다린다. 뒤집어 말하면, 언제나 선택의 순간은 있다는 것. 뒤따라오는 이를 위해 문을 잡아줄지 말지, 누군가를 위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를지 말지, 경비아저씨에 먼저 인사를 건넬지 말지, 누군가에 이 말을 할지 말지, 상처를 줄지 말지 같은 것들. 매 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붉은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 오늘 당신의 말과 행동에는 어떤 꽃이 피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주고받은 대화 속에 향기로운 꽃들만 가득했길. 이토록 멋진 세상에 더욱 빛나는 당신이 되었길 바란다.

상처 ‘주지’ 않았길.

그리고,
상처 ‘받지’ 않았길.

  박정선  

   - 별것 아닌 것에서 별것을 찾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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