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에서 탈락한 새누리당의 친이계의 반발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한때 우르르 빠져나갈 것 같던 친이계 낙천의원들이 대부분 주저앉고 만 것이다. 한 언론사는 사흘 만에 완전 진압됐다고 썼다.

극적인 반전은 지난 12일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에서 비롯됐다. 김 의원은 당시 "우파 분열의 핵이 돼선 안 된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김무성 의원은 하루 전인 11일 밤 친박계 최경환 의원에게 탈당 최후통첩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180도 돌아선 것이다.

그날 오후 3시 진수희 의원도 갑자기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잔류쪽으로 선회했다.

그 이후 백의종군 선언이 줄을 이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3일 "19대 총선 출마를 접기로 했다"며 "종로 승리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전 대표, 이사철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15일 무더기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안 전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나 신당을 만들고 싶은 충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그 길을 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진수희 의원은 "단 한마디도 설명 안하는 당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워서 무소속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 전 부소장은 "어디에 있든 고향 거제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또는 보수세력은 거의 분열없이 대오를 재정비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된 데는 아무래도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의 ‘아부’ 한마디가 큰 역할을 한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유망한 정치인이며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 몇 사람 없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예전에는 그토록 대립각을 세웠었지만, 이번에는 꼬리를 완전히 내린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곤 청와대 수석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여당 특정후보에게 보낸 사실이 15일 공개돼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같은 집권여당으로서 자신들끼리 그렇게 정리정돈한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더 곤란한 것은 향후의 개입가능성이다. 만약 청와대쪽에서 이번 공천과정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향후 실제 총선과 대선과정에서도 어떻게든 관여할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낳는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어쨌든 그 결과 이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의 관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총선 이후 또는 퇴임 후의 안전장치를 좀더 견고하게 한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그런 아부성 발언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단 집권여당과 보수세력의 분열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총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야당에게는 ‘정권심판’의 표적이 보다 분명해졌다. 박근혜 위원장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지 못함으로써 추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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