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오는 3월 13일 어진 부회장 증인신문 진행”

불법 임상시험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1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서부지법 표지ⓒ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불법 임상시험 혐의 등을 가리는 안국약품 재판에서 증인신문 순서를 둘러싼 팽팽한 공방이 펼쳐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10일 약사법 위반과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심리하는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은 안국약품의 어진 부회장, 정 모 전 중앙연구소장, 김 모 전 중앙연구소 신약연구실장, (주)안국약품이다. 어진 부회장은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 큰아들로 회사 지분 22.6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16년 1월과 2017년 6월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했다. 이들은 개발 중이던 혈압강하제, 항혈전응고제를 직원들에게 투약한 뒤 채혈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임상시험 승인을 받을 목적으로 2017년 항혈전응고제 동물 대상 비임상시험 데이터를 조작했다.

2차 공판에서 검찰·정 전 소장 측과 어진 부회장 측은 증인신문 순서 문제로 충돌했다. 검찰과 정 전 소장 측은 김 모 전 중앙연구소장부터 증인으로 부르자고 했다. 김 전 소장은 정 전 소장에 앞서 안국약품 중앙연구소를 지휘한 인물이다.

어진 부회장 측은 정 전 소장부터 증인신문해야 한다고 했다. 어진 부회장 변호인은 “정 전 소장은 전체 공소사실과 연관되는 증인”이라며 “정 전 소장을 나중에 신문하면 탄핵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어진 부회장 측이 정 전 소장을 첫 증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정 전 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어진 부회장 지시로 불법 임상시험을 했다고 밝혀서다. 이에 기초해 검찰이 어진 부회장을 기소한 만큼 다른 증언을 듣기 전 정 전 소장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는 게 어진 부회장 측 입장이다.

검찰과 정 전 소장 측은 어진 부회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입증 책임을 진 검찰이 계획한 대로 김 전 소장을 먼저 신문하자”고 했다. 정 전 소장 변호인은 “피고인신문을 증인신문보다 먼저 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정 전 소장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어진 부회장 측이 검찰 역할을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칙을 지키자면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은 마지막으로 해야 한다”면서도 “어진 부회장은 정 전 소장 진술로 기소됐다. 어진 부회장 측이 정 전 소장을 먼저 신문하고 싶어 할 수 있다. 다만 정 전 소장은 어진 부회장과 같은 피고인이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어진 부회장 측과 정 전 소장 측은 입씨름을 이어갔다. 어진 부회장 변호인은 “김 전 소장을 먼저 증인신문한다면 (변호인이 수행할) 반대신문을 정 전 소장 신문 때로 미룰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반대신문을 정 전 소장이 미리 들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정 전 소장 변호인은 “그런 경우가 어딨나”고 반발했다. 그는 “정 전 소장과 함께 어진 부회장을 증인신문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소장과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2명을 3차 공판, 정 전 소장과 어진 부회장을 4차 공판에서 증인신문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3차 공판기일은 오는 3월 6일, 4차 공판기일은 같은달 13일이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