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윤종원 출근저지 대다수 조합원 투쟁정당성 충분하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이 지난 13일 임원들과 경영 현안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반면 기업은행 본점에선 노조원들이 윤종원 행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12일째 이어갔다.ⓒ기업은행, 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본점 출근이 12일째 무산됐다. 노조는 “윤종원 전 수석은 공공기관 직원이 일을 못 한다며 혁신해야 한다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인 윤종원 행장을 ‘윤종원 전 수석’이라고 부르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 등은 14일 오전 8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 집회를 열었다. 윤종원 행장은 오전 8시25분 집회가 끝날 때까지 오지 않았다.

집회 시작 전 기자와 만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13일 있었던 대토론회에서 조합원 대부분이 투쟁을 지지했다"며 "임금 등 쟁점이 많은 만큼 더 세게 싸우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은 청와대와 금융노조 간 대화가 이뤄질 거라는 언론 보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청와대로부터 제안받은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집회 연사를 맡은 노조 관계자들은 투쟁을 강조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대토론회에서 현실적 대안을 찾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다수 조합원은 투쟁의 정당성이 충분하다고 했다”며 “설 연휴 때 윤종원 전 수석이 와서 노조원들을 회유할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진하 NH농협노조 위원장은 “낙하산 저지 투쟁은 어려우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지긋지긋한 관치 금융을 철폐할 기회”라며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이 기업은행 노조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신현호 한국수출입은행노조 위원장은 “윤종원 전 수석은 청와대에 있을 때 경기 부진 등으로 문책을 당했고 수출입은행장 경쟁에서도 밀렸다”며 “그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일을 못 한다며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기업은행 업무를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출입은행 낙하산들은 2016년 창립 4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등 조직에 큰 상처를 입혔다. 직원들은 임금 반납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기업은행마저 낙하산에 뚫리면 안 된다. 기업은행 노조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청와대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7년 민주당과 금융노조가 맺은 정책 협약을 지키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직무급제를 경영 평가에 반영하려는 시도도 막아내겠다”고 했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과 책임에 따라 같은 연차라도 다른 급여를 받는 제도다. 노조는 직무급제가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협업에 의한 공공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윤종원 행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기업은행 전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새해 첫 경영 현안 점검 회의를 열었다. 그는 제도 개혁,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 등을 강조하며 혁신 태스크포스를 만들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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