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예지의 생각으로 바라보기]

[청년칼럼=곽예지] 재미있는 이력서를 우연히 발견했다.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에디터를 뽑는다는 공고 게시물을 따라 타고 링크까지 가서 클릭해 보았다.

‘내가 만약 이런 곳에서 일하려면 어떤 식으로 서류를 작성해야 할까?’라는 가벼운 호기심만 가지고 여유롭게 첫 번째 서류를 열어보았다.

그리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름과 생일 같은 아주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몇 자 적은 뒤 – 별자리를 쓰는 칸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 이라는 간결하면서도 철학적인, 깊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세 어절이었다.

무언가 사려 깊게, 시처럼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고민을 잠시 거듭한 끝에 ‘낭만과 여유를 중요시 여기고 생각이 많으며 글을 쓰고 싶은 사람. 나만의 아우라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고 답을 적었다. 저절로 그 다음 질문으로도 눈길이 내려갔다.

픽사베이

‘요즘 매혹되어 있는 것들’, 그리고 ‘살면서 가장 잘 한 일’로 시작되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것’…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의 내 모습’ 등등. 아주 친한 친구와도 마음을 다 터놓고 속 깊은 얘기를 나눌 때야 비로소 나올법한 질문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었다. 질문을 죽 내려 보던 나는, 이게 엄연히 한 회사의 지원 서류라는 것도 잊은 채 질문에 대한 답을 열심히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이런 깊은 질문을 던지고 그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기에 한글 파일에 적힌 진한 질문 문장들이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반갑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에게 주는 편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울하고 권태롭던 일상을 짧은 순간 출렁이게 할 정도로, 신기하게도 그 답을 적는 시간이 굉장히 재밌고 신이 났다. 이런 질문들이 진정으로 나를 알아가게 하는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 겪는 경험들에 따라 대답은 조금씩 달라질 테니, 앞으로 이 지원서는 일 년에 두 번씩 꼭 작성해야지.’

그렇게 한 회사의 지원 서류와 한참을 놀이 한 끝에 마지막 줄을 웅얼거리며 읽었다.

*설문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곽예지

   글을 쓰는 사람 

   독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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