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프리라이팅]

[청년칼럼=앤디] 요즘 쉽게 잠을 잘 못이루는 탓에 마루에 홀로 앉아 이리저리 TV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몇 년 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 예능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나오길래 만지작 거리던 리모컨을 옆에 두고 잠시 그 프로를 시청했다.

프로그램 출연진 중 한명인 배우가 데뷔 10년을 맞이하여 그 동안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특히 그 배우가 본인을 발탁해서 데뷔시켜주고 당시 신인이었던 그에게 자신감을 갖고 연기할 수 있게 해준 감독을 만나는 장면은 내게도 퍽 인상적이었다.

그 배우는 약속장소에서 감독을 기다리면서부터 긴장하고 떨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감독을 만나서는 준비한 선물과 정성스레 써내려간 손편지를 수줍게 건네었다. 나중에 그 배우가 손편지를 직접 감독에게 읽어 드리다가 감정을 주체 못해서 눈물을 흘리는데 주책맞게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장면 자체가 감동적인 게 주 이유였지만, 나도 모르게 내 상황 혹은 처지와 비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랬다. 나는 그 배우가 몹시 부러웠다.

유명 감독에게 발탁된 이후로 몇 번의 기회를 연달아 얻었고, 또 본인 스스로가 열심히 연기한 덕에 10년 동안 그는 '성장'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성장을 본인의 은인이라 할 수 있는 분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벅차오르는 순간'마저 가졌기 때문이었다.

Ⓒ픽사베이

올해 3월이면 나도 꽉 찬 10년차 직장인이 된다.

첫 직장이자 현 직장이기도 한 곳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냈다. 입사 10년을 기념하여 나도 저 배우처럼 일을 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은 (감독같은) 사람이 있었나 떠올려보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나는 그 배우와 다르다. 꿈과 일을 쫓지않고 안정적인 월급과 직장을 쫓았고, (내 개인의 문제인지, 회사의 문제인지) 일적으로 누군가가 나를 발탁해주거나 성장의 기회를 가질 일도 없었다. 사실 입사 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부터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라는 생각, 꿈이라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럼에도 어영부영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는 10년을 보냈으니, 내가 보낸 10년이 TV속 배우와 같은 10년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10년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억울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얼마 전 있었던 인사이동과 업무분장으로 나는 중간 결재권자인 차장에게 (회사의 주요 업무중 한 축인) 업무를 기역 니은 부터 가르치고, 최종 결재권자인 지점장에게 베테랑이라는 다소 공허한 치하를 받으며 결재권자들에게 업무의 기초를 설명하고 있는 코미디를 펼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일처리할 때마다 매번 후배들에게 전화를 돌려 '뭐 좀 물어볼께요' 를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이 두 번의 승진을 거쳐 (내가 일하는 현 지점의) 지점장까지 된 동안 나는 10년 째 승진 한 번 못한 만년 대리다. 그리고 그 지점장은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나를 포함한 다른 후배직원에게 (일에 대해) '뭐좀 물어볼게요' 라고 내뱉는다.

어떤 일을 하며 보낸 10년이라는 시간이 던지는 무게감에 비해, 그 배우의 10년과 내것이 너무도 다른 양상이어서 더 눈물이 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내가 맞은 직장인으로서의 10년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일이 처음부터 내 꿈은 아니었어도, 일말의 상식은 지켜질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말이다.

앤디

글을 쓰는 순간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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