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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불안한 휴전[유세진의 지구촌뒤안길]
유세진 | 승인 2020.01.27 09:34

[논객칼럼=유세진]

-1단계 무역협정 조인으로 불안한 휴전 돌입한 무역전쟁

-미-중 갈등 근본원인 미해결로 방치돼 언제 또다시 확전될지 불투명

세계 1, 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난 15일 일단 휴전에 돌입했다.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서로 막대한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은 2년 가깝게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며 경기 둔화의 우려를 높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백악관에서 1단계 미·중 무역 합의에 서명하자 상당수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한 세계 경제가 더이상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정에 조인하면서 "이 같은 협정은 아무도 본 적이 없다. 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가장 큰 거래이고 아주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사상 최대의 거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제까지 했던 그의 수많은 거짓 주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1단계 무역협정 조인에 안도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세계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의 먹구름을 어느 정도 걷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 간 갈등을 초래한 근본 원인을 해결할 실마리는 전혀 찾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지원과 국가가 기업들을 통제하는 국가자본주의 제도가 양국을 갈라놓는,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다. 이 2가지가 해결되지 않는 한 1단계 무역협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효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무역전쟁이 언제든 재발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 CNBC 보도에 따르면 경영컨설팅 기업 IMA 아시아의 리처드 마틴 상무는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첫해에 깨지지 않고 유지될 확률은 5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예측했다. 2년째로 접어들면 그나마 25%로 또다시 절반으로 줄어든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무역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이어서 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합의는 눈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마틴 상무는 설명한다.

Ⓒ픽사베이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그런 불확실성을 걷어낸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중국은 향후 2년 간 2000억 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들을 추가 구매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16%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가 구매가 대중 무역적자 해소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산품과 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미국의 대중 수출이 늘어나겠지만 이는 다른 나라들로의 수출 감소로 상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감소하면 다른 나라에 대한 무역적자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미 제품 추가 구매와 일부나마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때문에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1단계 무역협정에 대해 재선 성공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비난은 미국 내에서도 제기된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는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해 "경제적 거래가 아니라 정치적 거래라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 시라큐스 대학의 메리 러블리 교수(무역학)는 중국의 미 제품 추가 구매 합의에 대해 "가격과 품질에 따라 결정된 게 아니다. 미국이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구매를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1단계 무역 합의가 정말로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국은 확신하기 어렵다. 중국이 약속한 농산물 구매 규모는 비현실적이다. 미국은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다시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말한다. 하지만 그순간 중국은 1단계 무역협정을 백지화하려 할 것이고 무역 합의는 깨질 것이다.

그렇다면 1단계 무역 합의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트럼프에 비판적인 사람들과 미 언론들은 이룬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합의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단기적인 적자 해소보다도 막대한 보조금 지급이나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것같은 불법적 무역 관행들을 바로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시급하다. 이런 문제들이 방치된 상태에서 무엇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룬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냉소적인 지적도 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보호주의는 통할 수 없음을 입증했다는 점이 2년 가까운 무역전쟁이 이룩한 유일한 성과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 무역에 우호적이던 지난 70년 간의 미국 정책과 결별했다. 그는 무역장벽을 허물고 모든 국가들에 이익을 줄 수 있는 규칙을 추구하는 대신 미국우선주의를 택했다. 염치없는 일이다. 과거 미 대통령들이 윈윈과 자유무역, 세계 경제의 성장을 추구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이 미국에 좋은지만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게다가 "미국은 강대국으로서 다른 나라들에 미국의 입장을 밀어부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이 같은 트럼프의 자세는 당장은 이익을 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위험이 돼 미국에도 해악을 부르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양국 간의 가장 근본적인 갈등 요인으로 지목받은 보조금 등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모델, 즉 국가자본주의를 미국의 입장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제조 2925'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일대일로 사업을 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일시적 휴전이 종전으로 이어질지, 휴전이 깨지고 다시 확전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결국 2단계 무역협상의 진전 여부에 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2단계 협상은 11월 미 대선 전에 시작될 수 있을 것인지조차 불확실하다. 1단계 협정 조인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과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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