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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랜저를 타고 싶다[이백자칼럼]
심규진 | 승인 2020.02.01 09:00

[논객닷컴=심규진]

(아들)

저번 주부터 아빠가 데리러 온다 / 지금 아빠 야근할 시간인데 / 며칠전 공개수업 때도 아빠가 왔었어 /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야 / 혹시 아빠...회사 잘렸어?

(아빠)

뭐? / 아빠 승진했는데?

(아들)

오.... / 이제 시간관리 좀 되나

(마지막 문구)

2020 성공에 관하여

Ⓒ픽사베이

낡은 성공 공식을 앞세운 현대자동차 그랜저 CF. 회사에서 승진하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그랜저를 타고 다닌단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성공한 삶 = 그랜저’라는 공식을 어필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기법이지만 어쩐지 마음이 불편하다.

요즘은 아이들 세계에서도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월거지, 휴먼거지라는 말들이 나돈다는데, 그랜저CF는 이를 더욱 조장하기에 충분하다. 당장 우리 아들이 학교에 갔는데 친구들에게 아빠 차가 뭐냐고 질문 받을까봐 두렵다. 아니, 무섭다.

더욱 슬픈 현실은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은 영문도 모르게 생겨버린 계급의 테두리에서 한 단계라도 더 올라가려고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사회를 바꾸자니 권한이 없고, 정치인을 믿고 기다리자니 싸움 구경만 하고 앉아 있다.

별 수 있나.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 그랜저를 살 수 밖에.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 만들어낸 삶의 굴레에 갇혀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겠지.

어쨌든 아들 자존심이 구겨지는건 죽기보다 싫어서 몰래 부업자리라도 찾아봐야 겠다.

심규진  zilso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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