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자가 은행에 함부로 청탁하는 관행부터 없애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신한은행 채용 비리 1심 재판이 끝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신한은행 채용 비리 1심 재판의 선고가 지난 22일 내려졌습니다. 2018년 10월 시작해 공판만 45회나 치러진 끝에 중간 결론이 나온 겁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직 부행장, 인사부장, 채용팀 직원 등 나머지 피고인들은 각각 집행유예, 벌금, 혹은 무죄를 받았습니다. 구속된 이는 없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신한은행 채용 비리 재판을 지켜보면서 생긴 의문이 있습니다. 이 사건이 과연 비리인가 하는 거죠. 피고인들이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청탁을 딱 잘라 거절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피고인들은 어떤 사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비리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뇌물, 승진 등을 챙긴 게 아니란 겁니다.

대가도 받지 않은 피고인들이 왜 청탁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했을까요. 누가 신한은행에 청탁을 넣었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 관계자, 저명한 대학교수, 큰 거래 관계를 맺은 단체 등이 청탁을 했습니다. 은행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유력자들이죠.

신한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들은 오너가 없습니다. 외부 압력이 들어왔을 때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태에서 은행을 흔들 수 있는 유력자들이 청탁을 했습니다. 피고인들로선 단칼에 청탁을 물리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도 피고인들은 옥석을 가리려고 애썼습니다. 청탁이 들어온 지원자를 무조건 합격시키지 않고 신한은행 기준에 맞는 인재인지 선별 작업을 한 겁니다. 스펙이 부족해도 합격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요. 신한은행이 원하는 유명 해외대학 졸업, IT 전공 등을 갖춘 경우입니다.

신한은행 채용 비리 재판은 2심, 3심까지 갈 가능성이 큽니다. 유무죄를 둘러싼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이 너무 다르니까요. 하지만 재판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피고인들을 단죄해도 유력자가 은행에 함부로 청탁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이 관행을 어떻게 없애 나갈지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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