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의 청년실격]

[청년칼럼=이주호] "죽으면 값이 오른대"란 말은 "예술로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는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가 대답한 말이었다. 친구가 어이없어 하며 화를 내자 다른 친구가 머쓱한 듯 사과를 했다. 자기 딴에는 농담이라고 한 말이란다. 내가 봤을 땐 몇 번을 더 사과해도 부족할 실언이었다.

그런데 '죽으면 값이 오른다'는 말은 불편하지만 '틀린'말은 아니다. 다시는 화가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까. 작가가 죽으면 작품 값이 오르는 걸 왕왕 보게 된다. 특히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은 유작 프리미엄이라도 붙듯이 가격이 솟구친다. 가진 거 쥐뿔 없는 내가 죽으면 글쎄, 이 글 조회수 좀 오를까.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결국 죽는다. 이건 자명한 일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소크라테스도 죽었고, 오늘도 누군가 죽었으며, 이 글을 쓰는 나도 결국 죽는다. 죽음은 물리 법칙 같은 일이다. 불쾌한 일도, 불편한 일도 아니다. 다만 언제 죽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게 다만 오늘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코비도 마찬가지였을까. 그도 그 헬리콥터가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죽을지 몰랐을 거다.

Ⓒ픽사베이

나는 열렬한 농구 팬은 아니지만 코비 브라이언트는 좋아했다. 특히 "맘바 아웃"을 외치는 은퇴 영상은 감동 깊어 여러 번 돌려보기도 했다. 그러니 내게도 코비의 죽음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는 농구계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딸 바보였다. 추락한 헬리콥터에 코비가 그렇게 사랑하던 딸이 함께였다는 뉴스를 봤다. 그 사실은 단지 유명인의 죽음으로 끝날 슬픔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물론 한 명의 농구 레전드가 죽었다고 전부 슬퍼해야 할 이유는 없다. 모두들 각자 바쁘게 살아내야 할 삶이 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불운한 죽음이 환영받을 뉴스가 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마치 코비가 죽기라도 기다린 것만 같다. 코비의 안티 팬도 아니다. 코비 관련 제품을 리셀해서 차액을 벌려는 사람들이다. 앞서 말했듯 유명인이 죽으면 관련한 제품 값이 오른다. NBA 레전드니 나이키에서 나온 그의 신발이나 옷 가격에도 웃돈이 붙을 것이다. 코비의 죽음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그의 신발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는 코비 신발값이 떡상할 거라 노골적으로 좋아하기도 했다. 100%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아니겠지만, 나이키는 잠정적으로 코비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게 불법이 아니라면, 누구든 각자가 돈 버는 방식을 비난할 순 없다. 투자 개념으로 보면, 가격 오를 거 뻔한데 그걸 안 사는 사람이 멍청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습에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판매자가 받게 될 웃돈엔 코비와, 코비가 사랑했던 농구와, 그가 보였던 열정과, 그의 딸과, 그리고 헬기에 있던 또 다른 희생자가 포함돼 있다. 수요 공급 논리에서 웃돈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 사는 세계에서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의 벌이가 되는 게 당연해선 안 될 일이다. 참으로 이런 모습 볼 때마다 인류애가 팍팍 떨어진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코비로 리셀해서 돈 벌려는 사람 = 전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돈 버는 방식 자체를 비난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비가 죽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 신발 가격 오른 것만 기뻐하는 사람들을 이 글을 통해 비꼬고 싶다.

코비가 죽어, 형편 좀 나아지셨냐고.

부디 다른 사람 죽음 팔아서 더 큰 부자 되시라고~

RIP,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주호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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