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 대해 "철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공격했다고 한다.
 
박근혜 위원장은 26일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총선이 이념과 갈등과 말바꾸기의 과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미래로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이런 주장을 폈다.

박 위원장이 제시한 근거는 세가지다. 첫째로 야당이 철지난 이념에 사로잡혀서 국익을 버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야당은 이번 총선을 1대 99의 대결로 몰아가고 표를 얻기 위해 노골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로  야당이 과거 본인들이 채택했던 정책들까지도 뒤집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번 선거를 ‘미래로 나아가는 새누리당’과 ‘과거로 가는 야당’의 대결로 구도를 설정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야당 비판 가운데 일부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진다. 이를테면 현재의 야당은 과거 집권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지만, 지금 와서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만약 현재의 야당이 2007년 선거에서 정권을 또다시 잡았다면 이들 두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결론 내려져서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다. 그런데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을 바꾸는 것은 점잖은 사람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나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과거세력과 미래세력의 구도로 설정한 것은 아무래도 수긍되지 않는다.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에서도 나경원 당시 서울시장 후보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아니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언제나 스스로 미래세력이라고 자처하고 야당을 과거에 매달리는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왜 그런 2분법을 동원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그렇지만 박근혜 위원장과 그녀를 지지하는 세력이 과연 진정한 ‘미래세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미래세력이라고 하면 지난 얼룩진 과거의 일들을 냉정한 자세로 돌아보고 청산을 확실히 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명박 정권의 집권기간 동안 벌어진 여러 가지 반민주적이고 반문명적인 행태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민간인 사찰이나 방송사 사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등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을 남의 일처럼 여겨서는 품위있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후퇴한 채 돌아나오지 못한다.
 
어떻게든 정권에 줄을 잘 대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는 해바라기만 피어날 뿐이다. 또한 남북한 관계는 이미 10년 이상 전으로 후퇴했으니, 이런 상태로는 한반도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야당이 1%대 99%의 대결이라고 도식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다소 분열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구호가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진실로 어려움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처지와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명박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노선을 선택하고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기대는 걸고 싶다. 그렇지만 자신들만이 미래세력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한다고 미래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을 과거에 매달리는 세력이라고 공격한다고 스스로 미래세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미래세력이 되려면 과거의 구태를 씻어낼 수 있는 확실한 처방전과 함께 미래를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은 이 점에 있어서는 아직 말할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자신들이 미래세력이라고 정말로 믿는다면 그것을 국민들에게 입증해 보여주면 된다. 야당을 공격한다고 미래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편집장

  
 ⓒ 오피니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