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이 바라보는 노동과 사회 1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고용과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정책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이 내세우는 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새누리당은 고용의 유연성은 보장하면서 고용불안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강화하자고 하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는데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사기업은 자율적으로 비정규직 규모 축소에 동참하게 하자는 내용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사내하도급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들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기업 프랜드리에서 고용 프랜드리라는 정책방향을 들고 나왔다. 민주통합당은 시장에서 정규직 고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세제 등의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차별시정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주요 두 당의 정책을 보면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 시장 행위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에 접근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그리고 차별시정을 위해 법적인 제재수단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사내하도급노동자의 법적 권리 강화를,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차별시정 제도 강화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의 정책이 보여주는 특징은 시장경제의 흐름을 인정하면서 시장 행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차별에 대한 제재를 도입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양극화와 사회불안의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일시적이거나 부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거대한 경제흐름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흔히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경제사조가 전 지구를 휩쓸면서 “경제적 효율성(생산성)”이 어느 시대보다 전일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 이러한 경제 흐름의 필연적 결과물인 셈이다. 자본의 이익 극대화 논리는 지구 구석구석 어디든지 자유롭게, 그리고 잔인하게 스며들고 있다. 마치 스폰지에 물이 배어들듯이 소리 없이 우리의 생활 구석구석을 이미 차지하였다. 마르크스가 19세기에 말하였던 일이 지금처럼 전지구적으로 철저히 관철된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본의 논리는 경제시스템에서만 작동하는 그러한 놈이 아니다. 이 논리는 우리의 머릿속에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응고되고 있다. 입은 비정규직과 차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지만 머릿속에서는 ‘효율’을 위해서, 또는 ‘경쟁의 시대에’ 라는 생각이 이미 들어와 있다. 이 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
상당히 전투적인 것으로 알려진 노조의 조합원들도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라는 회사의 논리를 반대하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주요 정당들의 비정규직 정책들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흐름과 이 흐름을 몸 구석구석에 새기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거역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대책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게다.
그렇지만 시대의 흐름을 온전하게 인정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은 협소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들 정당의 비정규직 정책으로는 비정규직을 50% 줄이기는 커녕 5%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아냥이 튀어 나오고 있다.
 
심각한 사회 양극화로 벼랑에 몰린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표를 얻어야 하기에 외형적으로 좌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 세력들이지만 양극화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이 시대의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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