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송의 어둠의 경로]

[청년칼럼=서은송] 작년의 오늘을 지나, 조금 더 봄이 일찍 찾아오던 계절이었다. 대학생의 마지막 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숱한 고민과 함께 헛헛한 마음을 어떻게든 메워보려 애를 쓰던 그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오늘과 다를 바 없이 시를 쓰는 사람이었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때마침,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과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이 눈에 띄었고 나는 서슴없이 지원서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름, 사는 곳, 학교, 학과…. 당연한 것들을 모두 작성하고 나니, ‘자기소개서’만이 하얗게 나를 멈춰세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시절, 대학교 입학원서를 밥먹듯 작성해봤기에 장장 1000자의 글을 30분도 채 걸리지 않게 쓸 수 있었다. 하얀 공백을 채우고 나니,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 켠에서 부글거리는 딱딱함이 굉장히 마음에 걸렸다.

Ⓒ픽사베이

다시금 양식을 읽어본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시오. (자유양식)’

“자유.. 양식?”

나는 작성했던 모든 글을 모조리 지운 채 나를 소개하는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붙으면 그만, 안 붙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대외활동이었기에 오로지 나에 집중한 시를 써봤던 것이다.

놀랍게도 나는 서류를 통과하였고, 면접 때 수많은 질문과 함께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오랜 활동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서류심사에서 나의 자기소개서가 1등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제법 간단했다. 자유양식 속에서 ‘자유’라는 양식을 제대로 맞춘 것.

나는 문득 ‘우리는 왜 자유가 주어져도 형식을 찾으려 애를 쓰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Freedom 속에서 Free, done을 찾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회도 아닌, 고작 A4용지 빈 공간에서조차 어딘가에 얽매이려 애를 쓰는 나를, 왜 나는 방관하고 있는가.

자유라는 것에도 모든 노력이 필요하다. 법 일 수도, 교육방식의 혁신일 수도 있지만, 정해진 자유가 아니면 ‘자유’라는 것이 영 마음 편하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배낭여행 계획이 잡혀야 자유로워지는 것 같고, 퇴사를 하는 것이 속박된 사회를 벗어나는 것 같지만 이 또한 사람들이 정해놓은 ‘자유’라는 틀이 아닐까.

자유에서 자유로워라! 외치는 것 또한 또 다른 하나의 양식이 될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하루로 나의 자유를 쟁취하고 있는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 나아가, 그 어려운 진정한 자유를 행해내고 있는 당신에게도…

"오늘 하루도 자유로워지느라 많이 힘드셨죠?”

 

 서은송

제1대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

2016 서울시 청소년의회 의장, 인권위원회 위원,한양대 국어국문학 석사과정

뭇별마냥 흩날리는 문자의 굶주림 속에서 말 한 방울 쉽게 흘려내지 못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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