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투표방송을 줄이기로 했다.  투표마감 앞두고 실시하는 투표독려 방송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MBC 노조가 29일 배포한 특보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28일 임원회의를 통해 선거방송기획단이 준비한 오는 4·11총선 당일 ‘오후 4시~7시45분’ 방송시간 중 "앞부분 2시간은 방송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오후 4시에서 6시까지는 투표율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이다.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를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시시각각 변하는 투표율 상황을 전달하며 막바지 투표를 독려하는 시간이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 3사는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예외 없이 이 시간대에 투표를 독려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해 방송해 왔다.
 
그런데 이 시간대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은 한마디로 투표 독려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공재인 공중파를 이용하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있어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투표 독려는 당연한 의무이다. 그런데 그 의무를 저버리라는 것이다. 투표 독려는 또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하는 ‘국가적 캠페인’이기도 하다.
 
더욱이 MBC는 공영방송이다. 그 누구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방송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선거 때는 투표하도록 이끌고, 시민들에게는 국민의 의무를 다하라고 고무할 책임을 지고 있는 방송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근간인 투표 독려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결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MBC노조는 이번 결정에 대해 "총선에서 투표율을 낮춰 MB 정권과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김재철 사장의 사악한 음모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철 사장은 28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실시된 해임안 투표에서 '재신임'을 인정받았다. 물론 여당 추천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재철 사장은 그 결정이 너무나 고마왔던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인가? 
 
그가 당장 자신의 자리지키기에 유리할 것 같아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이번 결정은 염치없고 수치스러운 결정이라는 반성이 일 것이다. 한때의 영화를 위해 기본책무를 저버렸다는 안팍의 비판이 일 것이다. 그런 결정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올 것이다.
 
김재철 사장 스스로도 어쩌면 나중에 그런 회한에 잠길지도 모르겠다.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나 예수를 세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처럼.
 
그리고 MBC의 후배기자들을 비롯한 종사자와 방송계 언론계 종사자들은 그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왜 그랬어요?"하고. 그러면 김재철 사장은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과연 얼굴을 들고 답변할 자신이 있는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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