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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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전업주부입니다만>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전업주부’를 제목에 내세운 책.

집안일을 화두로 삼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집안일은 끝이 없다. 종류도 많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건너뛰기가 안 되는 일이다. 큰맘 먹고 손을 놓으면 그다음 날에 정확히 두 배의 일거리로 되돌아온다. 식탁에 차려진 건 접시 두어 개에 불과해도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그 서너 배의 그릇과 도구가 필요하고 만든 음식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남는다. 매일 정리해도 매일 어질러지고 매일 빨아도 세탁물은 넘쳐난다.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지만 손을 놓으면 당장 표가 나는 기이한 일이다.”

- 라문숙, < 전업주부입니다만 > 中

맞다. 손을 놓으면 당장 안 한 표가 나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집안일. 그 미스터리.

이 미스터리에는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이 숨어 있다.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쉼 없이 하루를 닦아내야 한다. 어깨의 짐을 덜어낼 틈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은 긴장감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들에게 내 몫의 무게까지 얹고 싶지 않아서 주부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월요병도 홀로 숨죽이며 앓는다.”

- 라문숙, < 전업주부입니다만 > 中

주말, 평일의 구분이 적용되지 않는 집안일.

집안일을 수행하는 우리 가족 중 누군가는 “월요병도 홀로 숨죽이며 앓는다.”

“처음 만난 분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아줌마예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놀아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밖에 나갈 때는 ‘놀이’라고 얘기했던 집 안의 잡다한 일들에서 손을 떼는 게 찜찜하다. 미리 해놓거나 아니면 서둘러 돌아가서 앞치마를 걸쳐야 마음이 풀린다.”

- 라문숙, < 전업주부입니다만 > 中

‘그냥 아줌마’가 아니다. 집에서 노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라문숙의 말마따나 집안일이 노는 것이라면, 왜 밖에 나갔을 때 그 번다한 일들 때문에 불편한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겠는가. 집안일은 엄연히 ‘노동’의 영역이다.

온 가족 구성원을 위한 집안일이 ‘놀이’로 치부되지 않은 사회를 꿈꾼다.

“직업을 묻는 각종 양식의 빈칸에 주부 외에 달리 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해 종종 어처구니없다고 여긴다.”

- 라문숙, < 전업주부입니다만 > 中

집안일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더는 폄훼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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