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논객칼럼=김선구] 어려서부터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삼한 사온으로 정리하면 비교적 깔끔했다. 이번 겨울도 미세먼지에 주기적으로 시달리며 겨울날씨를 새롭게 정리하는 말로 삼한 사미가 쓰이기 시작한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중국내 공장들이 가동을 줄이며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줄어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도 돈다.

기후 등 자연환경만 변하는 게 아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고객들이 원금을 날릴까 걱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그런 금융환경도 많이 변하고 있다.

무보증 회사채나 CP를 매입한 고객들은 발행회사의 신용도가 떨어져 어려워진다는 정보를 들으며, 자신이 보유한 자산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19년 우리 금융계에서는 개인 고객들이 이름뿐아니라 구조나 위험도 복잡한 신종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기도 하고, 아직도 마음 졸이며 어떻게 결말이 날 지 지켜보는 대형 금융사고가 세 차례나 일어났다.

독일 국채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해 원금을 크게 손해 본 개인고객들로 인해 금감원은 지난해 말 해당은행 경영진에 중징계를 통보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라임과 알펜루트 펀드 환매연기가 발생하며 일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위기가 전이될 개연성이 높아 시장 혼란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와 추혜선 의원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DLF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 금융정의연대 제공

이에 금감원은 총수익 스왑(total return swap)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펀드와 관련된 증권사 임원을 2020년 1월 28 일 긴급 소환해 기존 계약을 신뢰한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협조를 지시해 급한 불을 끄려하고 있다.

금융사고가 나면 항상 뒷북을 치는 금융당국만 탓하기에 앞서 사고를 일으키기에 적합한 거시적 환경을 살펴보며 사고를 줄이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1.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에 목을 매는 개인 고객층이 존재한다.

금융자산을 많이 소유하고 금융지식이나 정보를 더 갖고 있는 부유층이 겪는 후유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룹이 있다. 크지 않은 퇴직자금으로 고가의 부동산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높은 수익률이란 말에 앞뒤 안 가리고 돈을 맡기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절실함에 목을 매는 서민 은퇴층이다.

2.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젤 3로 강화된 은행 자본확충 필요성에 직면한 은행들이 가급적 위험자산을 늘리는 영업보다는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수수료 영업에 치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금융상품을 제조하는 보험회사,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만든 금융상품을 단순 판매하고 받는 수수료 수입은 여수신이란 위험하고 노동집약적인 전통영업보다 훨씬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3.브로커리지, 즉 증권거래 수수료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던 증권사들이 온라인 트레이딩의 증가와 지속적인 위탁매매 수수료율의 감소로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 및 서비스에 기초한 수익 창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삼성증권 영업보고서를 통해 추정하는 업계 전체의 수탁 수수료 수입은 증권시황에 따라 매년 부침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인다. 2011년 5조 6천억원의 수수료가 2017년에는 4조 36억원으로 감소했다.

4.단순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받는 수수료가 상품의 위험도나 관리의 복잡성과는 상관없이 예금금리보다 얼마나 높은 기대수익률을 보이느냐에 따라 비례하다보니 위험한 상품을 권해야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시장구조다. 채권 판매로 단순화시켜 설명하면 최우량 등급의 채권을 팔아서는 수수료율이 매우 낮은 반면 정크 본드를 팔 때의 수수료율은 훨씬 높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위험을 수반한 대가로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상품개발과 이러한 상품판매를 장려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문제된 TRS건도 201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의 TRS 거래를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금감원 조사가 따르고 2018년 9월 14일 금감원 조사결과발표로 실상이 밝혀진 이후의 진행된 결과이다.

저금리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금리 지속으로 대체투자가 늘어나 개방형 펀드의 환매위험에 대처하고자 영국에서는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소매 개방형 펀드에 대해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통과를 의무화한 바 있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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