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최근 3년간 공직자와 언론인,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사찰해 온 내용이 드러났다.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30일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인터넷 뉴스 '리셋(Reset) KBS 뉴스9'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작성한 불법사찰 문건 2619건을 입수해 일부를 공개했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이 문건들 중에는 공직자에 대한 감찰 문서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어청수 청와대 경호처장과 강희락 전 경찰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등에 대한 업무능력과 비위 등을 감찰한 내용의 '복무 동향 보고서'가 수십건에 달했다,

또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윤여표 전 식약청장, 최성룡 전 소방방재청장, 류철호 전 도로공사 사장, 윤장배 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등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총리실의 불법사찰 대상은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에서만 그친게 아니었다. 경찰대학 교수 등 경찰 중간급 간부에 대한 사찰 내용도 보고서에서 나왔다. 경찰 내부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하위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감찰한 내용도 있었다. 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 클럽에 대한 사찰 문건은 150건에 달했다.

야당에 대한 사찰도 이뤄졌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과 전직 경찰 고위간부를 지내다 민주당에 입당한 홍영기 전 서울청장 등이 그 대상이었다. 또 강정원 국민은행장 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출연한 '삼성 고른 기회 장학재단' 등 기업인에 대한 사찰 정황도 포착됐다.

2008년 작성된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문건에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외에 촛불집회 관련 단체, 서울대 병원 노조 등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이상득 의원에 반기를 들었던 정태근 의원과 식사 자리를 '2번' 가졌다는 민간인 박모씨도 사찰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이세웅 전 한국적십자사 총재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상임감사 등의 이름도 문건에 적혀 있어 전 정부 인사들을 사찰한 정황이 확인된다. 새노조는 "이들이 사퇴 압박에도 자리를 내놓지 않자 약점을 찾기 위해 뒷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KBS·YTN·MBC 등 방송사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2009년 8월 25일 1팀 사건 진행상황'이라는 문건을 보면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라고 적혀있다. 이 보고의 담당관은 원충연 조사관, 비고에는 BH(청와대) 하명이라고 돼있다.

또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YTN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것과 관련, 검찰에 항소하라고 건의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새노조는 "문맥상 사측이나 총리실에서 항소를 건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에서는 배석규 사장에 대해 "신임대표 이사로 취임한 지 1개월여만에 노조의 경영개입을 차단하고 좌편향 방송시정 조치를 단행했다"며 "전 정부때 차별을 받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고 평가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10년 김종익 전 대표와 남경필 의원 외에 다른 불법사찰 증거는 없다며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한편 새노조는 "이번에 입수한 문건은 조사관 1명이 갖고 있던 것이라 극히 일부에 해당된다"며 "이미 삭제된 나머지 자료에 훨씬 방대한 (사찰)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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