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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임금제, 이치는 맞는데 왜 지지부진할까[김철웅의 촌철살인]
김철웅 | 승인 2020.02.08 08:34

[논객칼럼=김철웅]

세상이 온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다. 덕분에 다른 소식들, 특히 총선을 두 달 남겨둔 정치권 뉴스는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코로나 바이러스 탓만도 아니다. 동아일보는 며칠 전 ‘원내정당 10개…비전·가치 대신 정략·꼼수 판치는 후진 정치’란 사설에서 “원내정당의 이합집산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념대결을 넘어서는 정책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정치판이지만 의미 있고 신선한 뉴스도 가끔은 있다. 그런 것으로 필자는 최고임금제 도입에 관한 뉴스를 꼽고 싶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올해 총선 3호 공약으로 최고임금제를 발표했다. 심각한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회의원-공공기관-민간기업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최저임금의 7.3배인 국회의원 연간 세비(1억5176만원)는 최저임금의 5배로 제한하며, 공공기관은 최저임금의 7배, 민간기업은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픽사베이

 정의당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손경식 대표이사의 임금(연봉)은 88억7,000만원으로 최저임금의 469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은 70억3,000만원으로 최저임금의 372배, CJ제일제당 이재현 회장은 64억9,000만원으로 344배에 이른다. 또 50대 기업 등기 임원의 평균임금은 13억2,000만원으로 최저임금과 70배 차이가 난다.

 최저임금제는 알지만 최고임금제는 생소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임금제도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니다. 20대 국회 초기인 2016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기업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살찐 고양이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4년째 국회에서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거대 정당’들의 외면으로 심사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의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2015년 고위 공직자의 급여 수준을 가구중위소득의 1.5배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도 있는 것을 보면 거대 정당들도 꽉 막혀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 사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었다. 최고임금 조례 제정의 확산이다. 지난해 5월 부산시 의회가 처음으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곡절 끝에 통과시켜 시행 중이다. 그 뒤 경기, 울산, 경남, 전북에서 비슷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서울시 의회에서는 지난해 상임위에서 2차례나 심사가 보류됐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압도적 다수인 시의회 집행부가 시장의 예산 편성 권한 침해 등 이유를 들어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지방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분명한 한계도 있다. 지자체 산하 기관 임직원 보수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임직원 보수에 영향을 미치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 최고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말한다.

 최고임금제 적용 대상 가운데 특히 국회의원들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6월 재미있는 여론 조사가 나왔다.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80.8%나 된다. 이 원칙을 따르면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수당을 대폭 반납해야 한다. 법안 처리율이 34.7%로 역대 최저였던 19대 국회는 9,800개 계류 법안이 2016년 5월 29일자로 자동 폐기되었다. 20대 국회도 1만5,000건이 오는 5월 자동 폐기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의원들에게는 연간 1인당 약 7억원이 소요되고 있다. 월급과 수당, 입법활동비, 보좌관 비용 등을 포함하면 그렇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일하지 않는 의원에 대한 압박이 강하다고 한다. 프랑스는 의원이 월 3회 이상 불출석하면 의정활동비 25%가 삭감된다. 게으른 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통쾌한 일이다.

 그러나 도입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알려진 헌법 119조 2항은 최고임금제의 훌륭한 근거 조항이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2013년 11월 기업 최고경영자 임금을 최저임금의 12배로 제한하는 내용의 ‘1:12 이니셔티브’ 국민투표가 실시된 적이 있다. 결과는 65.3%가 반대, 찬성은 34.7%에 그쳐 부결됐다. 스위스 정부와 재계가 경제 발전과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등 이유를 내세운 게 먹혀든 것이다. 이렇듯 우리보다 훨씬 양극화가 덜한 스위스에서도 최고임금제 도입은 어려웠다. 우리는 어떨까. 험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가야 할 길인 건 맞다.

 

   김철웅

    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국제부장, 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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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kcu5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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