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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업글인간?[동이의 어원설설]
동이 | 승인 2020.02.08 08:18

[논객닷컴=동이]

지나간 해엔 소확행,욜로가 주제어였다면, 경자년 새해엔 업글인간이 화두가 될 거라고들 합니다.

‘업글인간’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인간’의 합성조어라죠. 타인과의 경쟁보다 자기발전과 내면의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이란 뜻입니다. 중장년에겐 낯설지만 젊은 세대에겐 익숙한 표현으로 회자됩니다.

‘업글인간’을 애기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업글’이라는 축약어가 지닌 ‘언어의 속도’를 새겨볼까 해서입니다.

카톡이나 문자로 소통할 때 ‘업그레이드’라는 다섯글자 대신, ‘업글’이라는 두글자를 쓰면 소통속도는 2.5배나 빨라집니다. 간혹 '업'으로도 씁니다.

다섯글자 치느니 한두글자 치는 게 아무래도 빠르고 편할 수 밖에 없죠. 노소불문 자연스럽게 축약어가 선호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겁니다.

소통기기, 소프트웨어 진화와 함께 언어 역시 축약에 축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무수한 사례 중 하나를 들어보면~

‘걍’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걍~해 버리지!” “걍~갑시다!” 등등. 가끔 카톡 등 문자를 받다보면 나이 든 세대도 이 표현을 심심치 않게 씁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세태라 ‘걍~’ 역시 세대불문어가 됐습니다. ‘그냥’이란 두글자도 길어 한글자(걍)로 줄여쓰는 것이죠.

지금이야 ‘걍~’이 ‘그냥~’의 축약어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지만, 한두세대 지나면 '그냥'이란 말도 화석이 돼버려 ‘걍~’이란 말이 어디서 왔는지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가 써온 ‘그냥~’이란 표현이 어디서 비롯된 말인지 지금 우리가 잘 모르듯...

화석 사진@논객닷컴

'그냥’이란 단어가 어디서 왔는 지 추적해보는 일은 나중에 뒷세대가 ‘걍’이란 단어가 어디서 왔을까를 추적하는 일과 같습니다.

‘그냥’의 말뿌리와 관련해 만족스러운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어원학자들도 이런 부사의 말뿌리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추측해볼만한 어휘는 있습니다. ‘그냥’이라는 한음절로 쓰여왔지만 그와 별개로 ‘그냥 저냥’으로도 쓰였다는 점에 주목해봅니다. ‘그럭 저럭’(그렇게 저렇게의 준말) ‘그나 저나’(그러나 저러나의 준말)에서 보듯 ‘그냥 저냥’ 역시 특정 어휘의 줄임말로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동이생각에 ‘그냥 저냥’은 ‘그모양 저모양’의 준말로 보입니다. ‘어째 그 모양이냐’를 ‘어째 그 모냥이냐’로 발음하는 데서 보듯 ‘모양=모냥’입니다. ‘그러나 저러나’에서 ‘러’가 탈락하며 ‘그나  저나’가 되고 ‘그렇게 저렇게’에서 ‘ㅎ’'ㅔ'가 탈락/축약돼 ‘그럭 저럭'이 됐듯 ‘그모냥 저모냥’에서 ‘모’가 떨어지면서 ‘그냥 저냥’으로 축약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냥’의 사전적 풀이는 ‘어떠한 작용을 가하지 않거나 상태의 변화없이 있는 그대로’란 뜻. 즉 ‘그모양대로’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모양=그냥’이 성립되는 것이죠. ‘그냥’이 ‘걍’으로 축약되듯 일찍이 ‘그모양’이 ‘그냥’, ‘저모양’이 ‘저냥’으로 줄었다고 추정해볼 나름의 근거입니다. ‘그모냥대로 저모냥대로’에서 ‘특별한 일 없이 되는대로’란 뜻으로도 진화됐지 싶습니다.

‘업그레이드’란 표현이 ‘업’으로 줄어들고 ‘그모양’이 그냥>걍으로 축약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 소통의 편의성 때문입니다. 한글이 디지털시대에도 탁월한 축약기능을 가진 언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아(아이) 할배(할아버지) 긍께(그러니까) 등등에서 보듯 디지털시대 훨씬 전부터 다양한 축약어를 써온 ‘세종대왕의 어린 백성들’이니까요.

동이  khc71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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