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김대복의 구취의학
입냄새 커뮤니케이션, 구취를 알려주는 대화법[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36]
김대복 | 승인 2020.02.10 10:03

[논객칼럼=김대복]  남자 친구의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 여자 친구와 데이트하는 데 구취가 역겹다면? 결혼 전의 연인들 중 일부는 입냄새로 고민한다. 자신의 구취가 아닌, 상대의 입냄새 때문이다. 가벼운 입맞춤 인사나 사랑의 키스 때 상대에게서 구취를 느끼면 대략 난감하게 된다. 더 문제는 상대가 이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연인은 고민하게 된다.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가 상처받지 않고 현실을 알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 증후군’이 있다. 그저 좋은 말만 하고 싶다. 상대에게 어려운 말, 듣기 싫어하는 말은 하기가 쉽지 않다. 삶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교차한다. 누군가는 그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 총대를 누가 메야 하나. 질환은 의사가 말하는 게 자연스럽다. 구취는 의료인이 알려주는 게 신뢰성이 높다. 그런데 병원에 가도록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구취 현실을 알려주는 사람은 대개 가까운 지인들이다. 환자에게 구취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계기를 물으면 대부분은 가족과 친구에게 들었다고 한다. 친구를 더 살펴보면 절대다수가 동성이고, 이성은 데이트 중인 연인 정도로 국한된다. 상처받을 수도 있는 어려운 말은 가족의 몫임을 읽을 수 있다. 이는 가족은 비밀이 없고, 무한 사랑을 베푸는 존재,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믿음 덕분이다. 단점이나 약점을 상대가 알면 불편하다. 그러나 가족은 불편에 앞서 이해하는 존재이기에 상처가 덜하다.

Ⓒ픽사베이

가족이나 친구의 범주에 모두 속할 수 있는 '사귀는 이성'에게 입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들으면 어떨까. 개성에 따라 반응은 다르다. 어떤 이는 다행스럽게 여기는 반면, 어떤 이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긍정의 모습은 결혼할 대상,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서로 숨길 게 없다는 열린 마음에서 온다. 부정적인 그림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숨기고 싶은 사실을 들켰다는 상실감에서 온다.

이같이 입냄새 상황을 연인이 알려주는 결과는 양극단을 오갈 수 있다. 보다 좋은 방법은 연인의 가족에게 귀띔해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최선책까지는 몰라도 차선책은 될 수 있다. 가장 이해를 잘해주는 사람이 말하는 게 결과가 좋다. 이것이 선택의 기술, 대화의 기술이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남자친구의 입냄새로 고민한 여성이다. 20대 여성은 10개월 사귄 남자 친구의 입냄새로 고민했다. 자존심이 강한 그에게 입냄새 사실을 말하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했다. 혼자서 고민만 하다가 몇 달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답답함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녀가 한의원에 가 남자 친구가 먹을 입냄새 치료약을 처방받고자 했다.

그러나 진찰하지 않고 약을 주는 한의원은 없었다. 그녀는 망설임 끝에 남자 친구의 형을 만났다. 남자 친구의 형은 우연하게 구취 사실을 안 것처럼 동생에게 말했다. 남자 친구는 그 사실을 모른 체 여자 친구에게 구취 여부를 확인해왔다. 그녀는 “가볍게 난다”고 남자 친구를 안심시킨 뒤 한의원을 찾아서 치료받게 했다.

또 한 사례는 40대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자녀의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7년 동안 정기적 만남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3년 전부터 입냄새가 났다. 최근에는 구취가 더 심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만나면 눈치껏 그녀의 옆에 앉지 않으려는 어머니도 있었다. 그래도 당사자는 인식하지 못했다.

한 어머니는 고민했다. “말해야 하나, 어떻게 말을 할까.” 그녀는 구취가 나는 어머니의 여동생과 자리를 했다. 진지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여동생은 깜짝 놀라면서도 고마워했다. 여동생은 언니와 대화를 했다. 실제 고약한 냄새가 났다. 여동생은 우연히 안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병원행을 권유했다. 그녀는 먼저 치과에 갔다. 구강과 치아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녀는 편도결석이나 소화기 질환을 염려해 한의원을 찾아왔다.

누구나 좋은 말, 덕담만 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지적해줘야 하는 일들이 많다. 지적할 때는 상처받지 않게 말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 말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상처가 보약이 될 수도 있다. 구취가 나는 사람에게 어려운 말을 할 사람은 가족이 적격이다. 다음으로는 동성의 친구나 동료가 아닐까. 가족은 아픔도 이해하고 보듬는 존재이고, 동성의 친구와 동료는 같은 남자로서,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ews34567@nongaek.com)도 보장합니다. 

김대복  news34567@nongaek.com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매체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논객닷컴 | (03163)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2, 대일빌딩 1405호
대표전화 : 070-7728-8569 | 팩스 : 02-722-65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종국
제호: 논객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78 | 등록일 2011년 9월 27일 | 발행일: 2011년 10월 1일 | 발행ㆍ편집인 : 권혁찬
Copyright © 2020 논객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