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언론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마치 언론사 사장들을 수하 부리듯 했음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보고서를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진 것이다.

KBS 새노조가 공개한 사찰 관련 문건에 따르면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에는 'BH(Blue House) 하명'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찰 보고서에는 언론사 사장 등 경영진과 노조에 대한 동향, 이에 따른 지시 내용들이 비교적 상세히 나와있다. 특히 2009년 9월3일자로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을 보면 현 정부가 YTN 배석규 사장을 극찬하고 있다.

즉 배 사장에 대해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한 달만에 노조의 경영개입을 차단하고 좌편향 방송시정 조치를 단행했다"며 "전 정부때 차별을 받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고 높게 평가한 것이다.

현 정부가 취임 이후 앵커진과 친노조 성향 간부진을 대폭 교체한 배 사장의 '친 정부적' 인사조치에 정부인사들이 '감동'한 듯하다. 

또 YTN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자 '검찰에 항소를 건의하라'고 적어다. 총리실 측에서 노조의 반발을 제압하기 위해 집요하게 관여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이어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된 지 한달 후 배 사장은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장으로 취임했다.

KBS도 당연히 사찰의 대상이었다. 'KBS 최근 동향 보고' 문건에는 KBS 장악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인사실장을 포항 출신으로 배치하는 등 측근들의 주요보직 배치로 '친정체제' 토대를 마련했다"고 정리했다.

또 "현재 방송국은 과잉인력 상태로 구조조정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필요성이 담길 경우 주도권은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KBS 장악을 낙관했다.

김인규 사장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수요회를 이끌고 있는 측근들도 김인규를 닮아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고 적었다.

요컨대 KBS와 YTN의 사장을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배치하고, 그들을 통해 두 회사를 장악하려고 한 '공작'의 일부가 여실이 드러나 있다.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KBS와 YTN 노조는 각각 김인규 사장과 배석규 사장의 퇴임을 강력히 요구했다. 두 회사의 사장은 언론사 사장이 아니라 언론담당 비서관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이렇게 숨기고 싶은 사실이 드러났으니, 정상적인 명예심과 수치심이 있는 인사들이라면 차마 그 자리에 계속 버티고 있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 두 회사의 사장이 그런 명예심과 수치심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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