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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들의 세상[하정훈의 아재는 울고 싶다]
하정훈 | 승인 2020.02.19 08:31

[청년칼럼=하정훈] 최근에 경험한 어느 황당한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전부터 기자직에 꾸준히 도전했으나 취업이 잘되지 않았다. 나이를 많이 먹어 그런 건지, 경력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으나, 집에서 아내 눈치가 많이 보였다. 뭐라도 해야 할텐데 그런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지다 모 비영리기관에서 진행하는 '기자직업교육원'이 눈에 띄었다. 훈련수당도 매달 몇십만원 나온다길래 "그래 이거라도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서류를 보냈다. 서류자료에는 직업교육을 신청하게 된 계기, 교육 기간동안의 목표와 계획, 이후의 진로 포부 등 입사 서류 만큼이나 써야 하는 질문이 많이 담겨있어서 쓰는데 하루 반나절이나 걸렸다.

취업 전 직업교육원인데도 이렇게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다니 휴..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난 뭐라도 해야 하는 삼십 대 후반의 백수 아재였다. 연락은 바로 다음 날. 면접을 보라고 문자가 왔다. 직업교육원같은 곳은 처음이라 "요즘은 직업교육받는 것도 다 면접을 보는구나. 살기 참 팍팍하구나" 생각했다. 여의도에 있는 교육원이었는데, '웃겼던 건'(?) 작년에 기자일 5일 만에 관두었던 전 직장 바로 옆에 그 기관이 있었던 거였다. 전 직장 상사를 마주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어쩌겠나, 우린 만나도 모른 척 해야지.

©픽사베이

면접 장소엔 15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50대 강사가 우리 앞에 섰다. 그 분은 우리에게 ' 기자가 왜 되고 싶나? 취재기자가 되고 싶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살면서 잡지 얼마나 샀나? ' 등의 질문들을 늘어놓았다. 속으로 생각해보니 살면서 잡지 한 권도 안샀다. 잡지는 도서관에서 씨네21같은 게 있어 종종 읽었지만, 요즘은 잡지 사서 안 읽은 시대이지 않나, 저 아저씨는 저 질문 하고 속으로 참 뿌듯해 하겠네~생각했다. 면접은 강의식으로 다같이 둥그렇게 앉아서 진행되었는데 정식 면접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는 왜 계속 반말을 건방지게 하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질문이 들어왔다. "여기 왜 오게 되었냐"고 묻길래 "취업이 안되서 왔습니다. 아내 눈치도 보이고...".  사실이었다.

"여기가 무슨 재활원인가? " 아저씨가 말했다. 아저씨는 잡지계의 여러 현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가 아주 영양가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만, 그 아저씨는 바로 앞에 있는 이십대 초중반 여자분들에게만 질문하고 낄낄거렸다. 그냥 뻔한 아재였다. 여자 참 좋아하는~. 낯설지 않았다. 저런 장면 살면서 많이 봤으니까. "그래 저 아저씨는 회식을 무척 좋아하겠지. 노래방 가서 이십대 여자들과 어깨동무하며 노는 걸 참 좋아하겠지..."

잡지와 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짧은 시간에 성희롱 비슷한 발언을 하는 그 재주가 놀라웠다. 가령 이런 것이었다. 잡지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군대에서는 맥심만 있으면 돼! 다른 건 다 필요없어! ”

결론적으로 그날 면접은 거짓이었다. 면접 말미에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 기수는 사실 다 찼어요! 다음 기수에 관심 있으면 내가 아까 준 명함에 연락을 주면 되요”

웬 존댓말? 면접이 아니라 사실 사업설명회같은 개념이었다. 다음 기수 인원확보를 위한 홍보 차원의 사업설명회. 그 이후론 본론을 이야기하는 거였는데 "글쓰기는 훈련이 엄청 필요하다 .나중에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스파라트식으로 내가 무척 피곤하고 눈에 충혈되게끔 괴롭힐 것이다. 그걸 감당할 수 있으면 지원해라! 근데 여기 취업률 95%이상이다. 글쓰기 실력 단순하게 늘지 않는다."  등등 뭐 그런 소리들. 나이 서른 후반에 훈련수당 30만원 받으면서 밤 10시까지 취재 과제하면서 눈알 터지며 당신 같은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기엔 나도 나이가 많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명함을 찢고 그 사람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왜 면접이라고 거짓말을 하느냐? 반말하지 마라! 취준생의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하는 교육원이 되어라! " 등의 내용이었다. 다시는 그 곳에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말을 남길 수 있었다.

이젠 직업훈련원마저도 뒷통수 치는 그런 세상이다. 생각해보니 그 교육원도 먹고 살라고 인원확보와 실적을 위해서 그렇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다 먹고 살기 위해. 그래 니들도 짠하다. 세상이 그렇다. 남의 돈 순수하게 벌기가 참 쉽지 않다.

내가 즐겨 보는 인스타그램 주소가 있다. 모 연기학원 주소인데 연기를 가르치는 강사라는 분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영상이 홍보영상으로 꾸준히 제작된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마라. 저렇게 말하지 마라. 그게 바로 연기의 쪼다"라고 강사가 자주 이야기 하는데 댓글을 남기고 싶었다.

"근데, 강사님이 가르치는 건 쪼가 아닌가요? "

사람들은 가르치는 걸 참 좋아한다. 누군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도 참 좋아한다. 자기가 좀 더 낫다고 믿고, 사람들을 갱생시킬 수 있다고 믿는 멘토 지망생들이 세상엔 참 많다. 지금은 강사들의 세상이다. 근데 나는 그 분야의 이류나 삼류쯤 되는 사람들이 강사라는 직함으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무척 많음을 보았다. 그것 또한 팩트다. 학생들이 그러한 걸 알면 강사라는 존재를 너무 추종하지도 않고, 기대지 않고 자신의 노력과 성찰로써 성숙해지는 인재들이 많아질 텐데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강사를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잘못된 가르침도 무수히 많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인간은 결코 완벽하지도 않고 완전한 가르침의 인간은 더더욱 없다. 내가 만약 어릴 때 어른으로부터, 스승에게서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스승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그때, 비로소 존중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람의 성숙에 있어서 중요한 건 누군가로부터의 가르침에 의지하고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알을 깨고 깨우치는 각자의 노력이다. 멘토가 자신 앞에 나타난다면 당신은 시급 얼마를 받냐고 물어라. 백종원급이 아니면 그냥 비키라고 말하시라.

 

 하정훈

 그냥 아재는 거부합니다.

 낭만을 떠올리는 아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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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훈  screenboy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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