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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미움 받을 용기를 주소서[한성규의 하좀하]
한성규 | 승인 2020.02.14 09:21

[청년칼럼=한성규] 완전한 백수가 된지 1년이 넘었지만 어김없이 밥은 잘 들어가고 직장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잠을 잘 자며, 나를 불행에 빠뜨리고 때때로 우울하게 만들었던 인간관계도 많이 정리되었다.

보기 싫은 사람 안보고, 먹기 싫을 때 안 먹고, 자기 싫을 때 안자도 된다. 그래도 가끔씩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불안해질 때가 있는데, 이것은 그나마 최소한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관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나라는 인간은 다행히도 외향성보다는 내향성이 더 많아서 주위에 사람이 없어도 외로워지거나 힘들지 않는데, 그래도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연결이 돼 있어서 최소한의 인간관계에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빵을 파는 사람이나 식당에서 내 맘대로 행동했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이니까.

최근에 기시마 이치로가 쓴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왜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세운 새해계획 성취에 매년 실패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월 1일마다 나답게 자유롭게 살자는 새해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끌려 다니며 살아왔다. 진짜 끌려 다니며 살아 왔는지, 내가 선택해서 그렇게 살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렇게 느꼈으니 그런 것이다.

'잘한다'라는 사탕발림에 속아

내가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먹고 싶을 때 못 먹고, 자고 싶을 때 못 잤던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잘한다’ 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고 책은 설명하고 있다.

과연 나는 집에서는 엄마 아빠로부터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으며 밥도 골고루 열심히 먹었다.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들로부터 ‘잘한다’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관심도 없는 과목 시간에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집중을 했다. 또 친구들로부터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으려고 피구며, 농구며 축구 따위를 했고 나이가 좀 들자 또 친구들로부터 ‘잘한다’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여자들과 위험한 불장난까지 벌였다.

직장에 가서도 이 ‘잘한다’라는 소리에 대한 열망은 계속되었다. 이 ‘잘한다’는 사탕발림으로 나를 조종하는 과장이 있었으며 내가 과장이 되면 그 위에 또 부장이 이 ‘잘한다’라는 사탕으로 내 멋대로 하고 싶은 자유를 빼앗아갔다.

©픽사베이

어떻게 하면 내 멋대로 일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잘한다 사탕’을 걷어찰 수 있을까?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책은 ‘과제 분리’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어떤 일이든 먼저 누구의 과제인지를 확실히 하고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즉, 아침에 일찍 일어나 미리미리 모든 준비를 갖추고 밥 든든히 먹고 집을 나서는 아들을 보고 싶은 건 엄마의 과제고 백수인 내가 늘어지게 자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건 백수인 나의 과제라는 것이다. 출근할 필요가 없는 나를 일찍부터 깨워서 부지런을 떨게 하고 싶은 엄마가 내 과제에 간섭하지 말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나도 거국적으로 다 함께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도 엄마의 부지런한 아침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 가서도 과장이 얼마나 내 보고서를 망쳐놓던 간에 과장의 일하는 방식은 간섭하지 않고, 내가 일하는 방식에도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 서로 간섭하지 말고 이루어 내야 하는 결과물에만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쏘시오 패스?

이쯤 되면 아들러 심리학에 따라 과제를 분리하는 나를 쏘시오 패스가 될 거라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책은 이런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만 놓지만 않으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며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타인과 부딪힐 필요는 없지만,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놓치지 말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연결되어 서로 공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즉, 다음 사람을 위해서 화장실을 깨끗이 정리한다든가, 분실 휴대폰이나 지갑을 우체통에 넣어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만 하면 자신도 타인에 대한 신뢰가 생겨 마음이 편해진단다. 이 ‘길잡이 별’만 놓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에서 헤맬 일도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자유와 방종의 경계를 모르겠다면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을 기준으로 모든 인간관계에 대처하면 된다는 것이다.

인정 욕구를 없애자

나를 제외한 타인에게 공헌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잘한다 사탕’을 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책은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회사 때문에 불행하다는 사람이 실제로 퇴사를 해도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없다고 한다.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결코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책에서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행동하면 ‘나’라는 존재를 누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내’가 눌리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또 다른 재미있는 내용도 있는데 우리의 인생은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즉,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나에게 닥친 부정적인 일에 큰 의미를 주고 그 의미를 계속해서 곱씹기 때문에 지금도 이 모양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과연 그랬다.

지구에는 60억개가 넘는 세계가 있다

책은 이 지구상에 사는 우리 모두는 자신의 주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 산다고 말하고 있다. 즉, 같은 환경에서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그 경험에 어떤 이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하던 일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결국은 그만두게 된 것처럼 당신들도 지금 당신들이 처한 현실에 제멋대로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주변에는 ‘불행 자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책은 지적하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은 많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인구의 절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곁에 있는 것 하나하나에 불만을 섞어 말하는 사람들이다. ‘열등감’을 가장해 특이한 ‘우월감’에 빠지는 이런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비교적 행복하다

최근에 라오스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셨는데, 정말 나에 비해서는 비교적으로 행복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근데, 그 사람들은 정말 긍정적이었고 행복했다. 그에 비해서 나는 행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에 비해 내가 정말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지구에 같이 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당신들도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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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규  katana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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