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 금융감독원 중징계 확정,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등 줄줄이 터지는 악재에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내부 지지는 탄탄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우리금융 관계자들은 손태승 회장이 사퇴하지 말아야 하며 금감원 중징계에 대해선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DLF 사태 등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손태승 회장이 퇴진해선 안 된다. 그를 대신할 인물도 없다”며 “금감원이 자기 일(중징계 확정)을 하듯 우리금융도 할 일(행정소송)을 하면 된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이 민영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이다. 그가 불명예 퇴진하면 악재가 생길 때마다 회장이 물러날 수 있다. 이를 막아야 한다”며 “금융업계에서도 금융당국이 사기업 지배구조를 뒤흔들면 안 된다고들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난 11일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된 권광석 내정자를 주목하기도 했었다. 그는 손태승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김정기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제치고 이사회 낙점을 받았다. 손태승 회장에게 빚이 없는 만큼 권광석 내정자가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권광석 내정자는 손태승 회장과 다른 길을 가기 어렵게 됐다. 일단 임기가 짧다. 고작 1년이다. 게다가 손태승 회장은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지주사 권한을 대폭 늘렸다. 차기 행장에게 틈을 주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한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측근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 (권광석 내정자로)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라며 “손태승 회장의 조직 장악력은 여전하다”고 했다. 권광석 내정자도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손태승 회장과 호흡이 잘 맞는다. 현안 극복에 주력하겠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외부 인사가 우리금융 회장직을 노리고 있다는 풍문도 있으나 현실화되긴 힘들다. 임직원들과 노조가 외부 인사에 대해 거부감이 강해서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 여당이 임직원들과 노조를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IMM 프라이빗에쿼티, 한국투자증권, 동양생명 등으로 이뤄진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은 손태승 회장 체제 유지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과점주주들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어 이사회를 좌우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강경한 태도가 지속되면 금융사인 과점주주들로선 손태승 회장의 대안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과점주주들이 손태승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다”며 내달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까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