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뒤안길]

[논객칼럼=유세진]

인명피해도 비극이지만 세계경제 감염으로 회복궤도 이탈이 더 큰 비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늘고 있다. 20일 현재 코로나19는 중국에서 2118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7만 4561명을 감염시켰다. 사망자는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중국 이외 다른 나라들에서도 지금까지 10명이 목숨을 잃고 1150명에 가까운 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총 10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데다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체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중국은 물론, 확진 환자가 발생한 약 30개 가까운 나라 당국은 환자들이 더 이상 목숨을 잃지 않도록 치료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동시에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머릿기사로 보도한 신문들@오피니언타임스

코로나19의 창궐로 많은 생명이 덧없이 스러지는 것은 분명 비극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제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회복 궤도에서 탈선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에 서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벌어졌던 무역전쟁의 여파로 둔화됐던 세계 경제는 12월 양국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일단 돌파구를 찾았다는 기대를 불렀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창궐이 가져온 세계 무역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하던 투자 심리와 호전되던 기업 여건은 다시 얼어붙을 위험에 처하게 됐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9일 "코로나19의 창궐이 세계 경제에 몰고 올 부정적 영향이 현재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절박한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취약한 세계 경제 회복이 어떻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일깨워 주는 것"이라며 "코로나19는 이미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중국 경제는 지금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춘제(설) 연휴를 끝내고 생산 활동 재개를 독려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노동자들과 지방정부들은 생산 재개에 미온적이다.

중국의 조업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부품이나 원자재 부족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장 조업을 중단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세계 1000대 기업에 든 거의 대부분 기업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공급망 붕괴로 영향 받을 기업이 전 세계에서 500만개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경우 생산량 손실로 세계 경제에 1조1000억 달러(1318조1300억원)가 넘는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19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컨설턴트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중국 내 조업 중단이 불러온 세계 공급망 연쇄 붕괴로 인한 생산 손실액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1조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16위 경제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GDP 전체를 날려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참사에 비유하며 그 경제적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미 CNBC는 18일 "미국 투자사 레이먼드 제임스가 코로나19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이에 앞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지난 10일자 오피니언면 칼럼을 통해 "시진핑이 중국의 체르노빌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금까지 직면했던 그 어떤 도전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라며 만약 수 주 내에 코로나19 확산이 억제되지 못할 경우 이번 사태는 "전체주의 체제의 거짓과 모순을 모두 드러냈던 '중국판 체르노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고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서는 지금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폭로했다가 유언비어 살포로 몰려 구금까지 됐던 코로나19의 발원지 우한(武漢)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창궐에 대응하고 이를 관리하는 중국 정부의 역량에 대해서도 국내외 모두로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이 다음달 5일 개최될 예정이던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 연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중국 정치 행사 가운데 가장 크고 중요한 전인대 회의까지 연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처한 정치적 시련의 심각성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국민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안정을 유지시켜주는 대가로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제약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암묵적인 거래를 중국 정부와 맺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중국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 비판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쇄도하는 등 중국 내 사회 분위기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언제가 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는 결국 진정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의 움직임이 앞으로 중국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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