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중국 주유기 2

3월24일 광저우
하늘이 오랫만에 맑음
 
느낌도 좋고 예감도 좋고
오늘은 뭔가 재미난 일들만 쏟아질 것 같은 기대
 
광저우 시내 동북 20키로 지점
용동수고 (롱똥쉬이쿠)로 향한다.
 
용 한마리 살던 동네?
거기에 작은 산들이 모여 있고 저수지가 여러개 있다.
 
우회전 좌회전 직진 뒤에 앉아서
음성 항법 장치처럼 길 안내를 하였다.
택시 운전수 아저씨 엄청 좋아하신다.
 
 

 
나의 베이스 캠프
내가 자전거를 맡겨 놓고 다니는 식당이다.
 
 

지난 주말에는 비 온 뒤 진흙길 라이딩을 했더니...
산악자전거다운 생활자전거가 되었군요.
 
지난주말 저녁 약속 시간이 임박하여 라이딩 끝내고
자전거 정비도 못하고 바로 달려 가는 바람에....
 
식당에서 수도물을 빌려 자전거 세척을 시작했다.
식당 아주머니 황송하게 한 말씀
미리 닦아 놨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고 ....
 
진짜 마음인가 가짜 마음인가 ?
가짜 마음이라도 얼마나 고마운 말씀이신지....
 

주방에서는 시골 식당의 손님 맞이 준비가 진행중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오겠죠 ?
 
그러면 좋으련만 식당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쟌수
 
 
라오반냥(주인 아주머니) 이리도 친절하고 붙임성이 좋으신데
손님들이 먼저 이리로 오지 않겠어요 ?
 
그건 우리 커자(객가) 사람들 특성이죠.
 
 
 
영업하는 집에서 아침 부터 자전거 세척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듣기 좋은 말로 덮어 보려는 속셈으로 연속 멘트를 띄운다.
 
아주머니 마케팅 기법도 빛을 발한다.
그래도 우리집이 친절하고 손님한테 잘 하는 좋은 식당이다
왜 친구들 안 데려 오느냐 등 언중유골의 대화가 오간다.
 
 

 
주방의 가마솥, 준비된 물고기
 
손님 맞이 준비로 모두들 기대가 부풀어 있는 아침이다.
 
정말 오늘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좋아진 날씨에 장단을 마추는듯
 
산길도 산뜻하게 변해 있었다.
 
 
 

 
 
 
 
나는 패달질을 한다.
 
자전거가 헤쳐가는 숲길에 햇살이 비친다.
 
 

 
급할 것도 없는 길을
 
후회도 없을 것 같은 마음으로
 
 
나는 패달을 밟는다.
 
나는 비로소 존재를 느낀다.
 
바람을 가르고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온몸의 밧데리 충전이 시작된다.
 
 
 

 
정오가 될 무렵
 
산을 한 개 넘어서 도착한 호수
 
 

 
호숫가의 나무 그늘 아래
 
붉은 벽돌집
 

 
우리가 호수 건너편 붉은 벽돌집을 보고 있을 때
 
붉은 벽돌집 아저씨도 우리를 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서서
 
호수면을 내려다 본다.
 

 
사람 사는 흔적이 없는 것 같은 벽돌집
 
 
허락도 없이 남의 집 마당에 들어 오지 않았나 싶어
 
그래도 한번 불러 본다.
 

 
오랜만에 찾아온 햇살 탓인지
 
호수가 오늘 따라 더욱 눈부시고...
 
 

붉은 벽돌집 아저씨 우리를 맞아 주신다.
 
 
왜 지난주 일요일 삼겹살 구워 먹으러 안왔지 ?
 
비가 와서 진흙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저 언덕을 넘어 올 수가 없었어요. 아저씨
 
 
담배 한갑 건네는 매너 만점 진맨님
 
중화담배 중국에서 엄청 비싼 담배.
 
아저씨 이 담배의 명성을 알고 계시네요.
 
사양하는듯 하시면서 엄청 좋아하시네요.
 


이제 이 붉은 벽돌집 앞마당 테이블은 우리의 주말 레스토랑으로 바뀌고 있었다.
 
오늘도 마당의 정자에 마련된 식탁 위에 상을 차린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야채 샤브 샤브
 
 
야채 깨끗이 씻었죠 ?
 
그럼요 식당에 씻어 놓은 야채를 맑은 물로
 
다시 두번 더 씻어서 싸왔습니다.
 
 
버너에 불꽃을 튕겨주고 기다립니다.
 
 

세워둔 자전거도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의자 밑에 강아지들도 물이 끓기를 기다립니다.
 
 
우리가 다가 오자 500 미터 전방까지 마중 나와준 친구들 입니다.
 
한류 바람은 광저우의 강아지에게도 불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을 던져 주면 엄청 좋아 합니다.
 
 

 
금방 물이 끓기 시작하였고
 
싱싱한 야채가
 
꽃이 피어 있는 차이신 너무 맛 있습니다.
 
 

 
식사 준비 하면서 같이 식사하자고 했더니
 
아저씨 슬그머니 없어지시더니
 
금방 새 한마리를 잡아 왔습니다.
 
 
어디 부근에 새 그물을 만들어 놓으신 모양입니다.
 
구워 먹겠느냐 아니면 삶아 먹겠느냐 물어 보시는군요.
 
 
그냥 방생시키자고 했더니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드시는군요.
 
아주 강한 부정이었습니다.
 
 

 
 
 
 
사진 찍겠다고 하니
 
포즈는 잘 잡아 주시는군요.
 
  

새를 삶아 먹지 못하는 한국 친구들
 
약한 모습을 보여 주고 말았습니다.
 
결국 우리의 점심은 계획대로 야채와 쏘세지 햄으로 ...
 
  

나의 유일한 자전거 파트너 진맨님이 준비한 샤브샤브 양념
 
중국 양념으로 우리 맛에 딱 맞게 만들어 오셨네요
 
일하는 아주머니 사천 출신이라...
 
 
매콤하고 고소하고
 
야채의 신선함 맛을 한 단계 높여 주는 양념이었습니다.
 
 

 
호숫가 붉은 벽돌집 아저씨가 새로운 길을 가르켜 주네요
 
저기 건너편 골짜기로 가면 소로길이 있고 큰 길로 연결된다고...
 
  

 
 
 
그러나 소로길에서 길을 잘 못 들었나 봅니다.
 
우리는 다시 등산로로 접어 들었고
 
자전거 끌고 가기로 운동 종목이 바뀌고...
 
 
그러다가 급한 경사의 내리막을 만다 마을로 연결되는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그 내리막은 정말 스릴 만점이었습니다.
 
앞으로 꼬꾸라질것 같아 쫄면서 긴장하고 전진하다 보면
 
한고비 한고비 내리막에 깊은 바퀴자국을 내며 내려 갑니다.
 
 
마을에서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했더니
 
마을을 지나 마지막으로 묫자리로 가는 길이 끝이네요.
 
여기가 끝 하는 자리에는 담아 놓을 풍경도 없네요.
 
결국 발 아래 밟힐 뻔한 들꽃풀을 담아 가지고
 
띠아오 토우. 유턴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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