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눈 앞에 다가왔다. 그동안 공천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잡음도 그 어느때보다 많았다. 이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각정당은 그 모든 우여곡절과 잡음을 뒤로 하고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순간에 와 있는 것이다.

한때 양당의 수뇌부에서 정계를 호령하거나 나름대로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인물들이 공천을 받지 못한 반면 새로운 인물이 다수 등장했다. 안상수 김무성 이동관 한광옥 최인기 강봉균 등이 공천장을 받는데 실패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아예 정계를 떠나겠다고 했고 일부는 무소속 출마하고, 또 일부는 일단 이번 선거를 포기했다.

반면 새로 등장한 인물들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는 오랜 세월 정치권 밖에서 나름대로 활동하던 인물이 있는가 하면 당돌하게 상대당의 거물에 맞서겠다는 젊은이도 있다. 민주통합당에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들어간 사람들이 있고, 새누리당에는 민주통합당의 실력자 문재인 후보에 도전하는 손수조 같은 새파란 신인도 나타났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은 결과에 관계없이 일단 갈채를 보낼 만하다.
 
이렇게 물러나거나 새로 도전하는 인물들을 보면 인생의 끊임없는 부침과 영욕을 한번 더 숙고하게 된다. 한때 화려한 위세를 자랑하던 인물들이 어느 사이 풀잎의 이슬처럼 사라질  처지에 몰린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포부를 접어야 되는 인물도 꽤 있다.

반면 정치권 밖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힌 사람들이 출마하면서 뜻밖의 상처를 많이 받는 경우도 보인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김용민 후보나 새누리당 간판을 업고 나선 문대성 후보가 이런 예에 해당된다. 이런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좀더 자유롭게 말하고 '존중' 받고 있을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문대성 후보는 올림픽 금메달을 이미 딴데 이어 IOC위원 자리에도 올라 남다른 위치를 차지했다. 게다가 박사 학위까지 받고 교수직까지 얻어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그런 명예와 명성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기에 봉착했다.

표절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도리코’ 혹은 ‘복사학위’라고 하는 빈정거림을 한꺼번에 받았다. 표절 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은 심사를 받아봐야 하겠지만, 일단 학술단체로부터는 잠정적으로 ‘표절’ 판정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명예가 치명적으로 실추된 것이다. 그러니 설사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다지 명예롭다고 하기도 어렵게 됐다.

김용민 후보의 경우도 이번에 출마하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막말이 그토록 비난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인정과 도리에 어긋나는 막말과 욕설은 그 자체로도 옳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가 막말을 사용하든지 말든지 그 누가 돌아보았을 것인가?
 
이렇듯 문대성 김용민 후보의 경우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만 않았더라도 겪지 않았을 곤욕을 호되게 치렀다. 말하자면 사서 고생한 것이다. 이는 결국 ‘야심의 세계’에 진입한 대가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일단 많은 특권이 주어지고 권력과도 가까워질 수 있으므로 ‘야심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 ‘야심의 세계’에 일단 진입하면 기존의 자유로운 언행과 영혼은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벗어나고 싶은데 잘 안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본인은 남고 싶은데 밀려나기도 한다. 이번에 공천을 포기하거나 탈락한 사람들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천을 받았다 해도 선거에서 패배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야심의 세계’에 진입하면 스스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는 아예 그 세계에 들어가지 말라고 일찍이 권고한 바 있다.

       되돌아올 수 있었던 사람이 거의 없는 그곳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야심의 영역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

그러므로 만약에 야심의 세계에 들어갈 문턱에 있는 사람들은 좀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미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담백한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소신과 어긋나면 내던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세계에서 지내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본의 아니게 밀려나게 된다 하더라도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도리어 행운이 될 수도 있다.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고 더 큰 마음의 평정을 누릴 수 있으니까. 이번 선거도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불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마음의 평정과 향유 가운데 있다...모든 사람의 마음은 길든 짧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고 통상적인 평정의 상태로 돌아온다.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

그런 점에서 이번에 공천도 받지 못하고 무소속 출마도 포기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이제는 차라리 자유롭고 담백한 자세로 자신과 사회를 관조하면서 앞날을 설계하기를 권하고 싶다. 당분간 무거운 짐을 벗어 두시라고.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들에게도 물론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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