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과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는 가능성이 있을까? 이번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이런 물음표를 던졌다.

사실 이번 총선처럼 어처구니 없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선거 이전의 상황은 어떠했던가? 한나라당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직면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사건이 터진 것을 비롯해 박희태 돈봉투 사건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쏟아졌다. 급기야 당이름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그런데다 불법 민간인 사찰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야말로 하늘이 민주통합당에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준 것이다. 민심이 민주통합당에 밥상을 차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일인가? 민주당은 제1당에 오르는데 실패하고, 통합진보당 의석을 합쳐도 새누리당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일은 공천과정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과정이 너무 한심했던 것이다. 곳곳에서 불복과 반발 사태가 빚어졌고, 모바일 투표과정의 조작사태 등 온갖 잡음이 새나왔다. 그 결과 공천받을 사람이 못받고,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받기도 했다. 막말 파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던 김용민 후보는 공천 받지 말아야 했는데 받은 사람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으로부터는 당력과 민심을 결집시키는데 실패했다.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민주통합당이 1당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었다. 새누리당은 지역구에서 100석 건지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렇지만 그런 전망도 공천과정에서 안개처럼 사라져갔다.

막판에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되살아나오자 정권심판 심리가 되살아나는 듯했고, 민주당도 이런 심리에 편승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 문제도 새누리당이 특검제를 제안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민주당으로서는 특별한 얻은 것이 없었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이 특검제를 받지 않고 애매한 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너무 정략적으로 문제를 다룬다는 인상만 남겼다.

이런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민주통합당이 예상 밖의 고전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예상은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은 비교적 합리적인 인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매끄러운 공천과정을 통해 떠났던 민심을 다시 불러모았다. 각계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히고 비교적 평판이 좋은 인물들을 후보로 영입하고, 전력에 논란이 일었던 인물은 공천했다가도 과감히 취소하는 결단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다 쓰러져가던 집을 화려하게 되살려놓았다. 예전에 천막당사 차렸다가 재기했던 경우와도 흡사하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것은 친이명박계가 몰락한 반면 한때 ‘폐족' 신세로 몰렸던 친노계가 되살아난 것이다. 친이계의 몰락은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부터 표면화된 것이기에 특별히 놀라운 것도 아니다. 아니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초래한 자연스런 결과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친노세력의 경우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에 오른 것을 비롯해 이해찬 문재인 서영교 박남춘 등 친노계 주요인물들이 대거 당선됐다. 그렇지만 친노계의 부활은 착잡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가운데 부활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패배한 반면 유독 친노계만은 되살아났으니 결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요컨대 민주통합당은 패가가 됐지만 친노계만은 화려하게 되살아난 셈이다. ‘폐족’으로 불리던 친노세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부활시키기 위해 민주통합당이 희생된 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민심도 함께 내팽개쳐진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이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세력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야권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정권심판에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폭넓은 민심을 흡수하는데도 실패했으니 말이다.
 
이런 구도가 이어진다면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도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와 같은 구도가 계속된다면 야권이 폭넓은 민심을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민심은 커녕 당력을 제대로 결집시키기도 어렵지 않을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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