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나고 새누리당이 또다시 원내 다수당이 됐다. 악재와 예상을 뚫고 제1당에 우뚝선 것이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헌납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경실련은 민주당의 자멸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대망론이 약해지고, 안철수 조기등판론이 고개를 든다. 박근혜의 대세론도 더욱 확고해지는 듯하다. 야당에서는 한명숙 당대표 사퇴론이 제기되는 등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야당이 원내다수당으로 도약하기를 고대하던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실망과 허탈감이 크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을 때와 비슷하다. 그때는 야당이 분열돼서 그랬다지만, 이번에는 야당이 연대했는데도 패배했다. 그러니 이만저만 속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변화와 아쉬움 가운데서도 가장 가슴 아린 대목이 있다. 그것은 밝은 햇빛에 드러나야 할 많은 진실들이 묻히고 말 것 같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국민들이 야당의 원내다수당 도약을 바랐던 많은 이유들 가운데 가장 큰 것도 바로 이 진실에 대한 갈망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의 경우 현재 일부 드러난 사실도 있지만, 그 깊숙한 흑막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 흑막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국민들은 갈구해 왔다. 특별검사든 특별수사본부이든 또는 국회 청문회이든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어떤 방법을 쓰든 그 배후의 진실을 속시원히 밝혀서 다시는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표를 세워두면 되는 것이다. 그런 바람이 참으로 강렬했었다.

또 연초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실의 돈세탁을 비롯해 친인척 비리가 쏟아졌었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비리가 비리를 덮어 버린다”고 이야기하고 계통도까지 그렸었다. 게다가 내곡동 사저문제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비호, 방송사 장악을 위한 무리한 사장 과정, 종편에 부여한 갖가지 특혜 등 많은 일들이 진실의 여신이 내미는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의 진실도 바다 밑바닥 어둠 속에 숨어 있다.

그 진실의 여신은 여건이 성숙되기만을 기다려 왔다. 그 여건이란 다름 아닌 야당의 총선승리였다.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채 진실의 여신이 손을 내미는 것을 막아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진실의 여신이 뚜벅뚜벅 걸어나오기를 고대해 왔다.

진실의 여신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을 차별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감세나 한미 FTA 문제 등의 현안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의 시각을 모두 존중해 준다. 물론 여와 야의 시각은 다르다. 하지만 진실의 여신은 그런 차이에 괘념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원만하게 대화하고 타협해서 결론을 도출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정부와 그 실력자들이 개입된 사건의 경우에는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한 진실의 여신은 숨는다. 참고 참으면서 시기가 무르익기만을 기다린다. 새벽의 여신이 한밤중에는 나타나지 않고 밤의 신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듯이.

그러나 그 길은 막혀 버렸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야당은 길을 잃었다. 그 대신 여당이 큰 길을 차지해 버렸다. 그러니 진실의 여신이 갈 길이 갑자기 막혀 버린 것이다. 때문에 진실의 여신은 지금 방황하고 있다. 계속 앞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되돌아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능한 여신조차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니 하물며 유한한 시민들이야 오죽하랴!

이번 선거에서 다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도 그동안 맹성을 거쳤다. 기존의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물을 마셨다. 그러므로 자세를 가다듬고 진실의 여신을 초청하는데 협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여당이 손해가 없다고 판단될 때나 가능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정권 주도세력과 타협하며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진실의 여신을 온전한 마음으로 초빙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진실의 여신은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너무나 가슴아리다. 그래서 지금 울상을 짓고 있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진실의 여신이 미소지을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먼 훗날 이해관계자가 모두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때도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시녀만 내보낼지도 모른다. 이제 그렇게라도 되기만을 바라야 할 것인가? /편집장   
 
   
ⓒ 오피니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