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청년칼럼=석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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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플렉스는 돈을 쓰며 자랑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인데, SNS를 보면 정말 너도 나도 플렉스를 외친다. 특히 90년대생들이 플렉스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지녔음에도 취업이 쉽게 되지 않는다. 또 몇 달 만에 억 단위로 상승하는 집값을 보고 ‘좌절’하고 만다. (정확히는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한 것일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왜 한 푼 두 푼 아낄 생각하지 않고, 플렉스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 푼 두 푼 아끼는 것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가 없다. 티끌 모아 태산, 아니 티끌 모아 티끌이다.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은 요원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 보니 매일은 못해도 가끔씩이라도 ‘플렉스’에 빠져 보는 것이다. 이런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mentalite)가 SNS라는 과시용 플랫폼과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 명품 소유에 대한 강한 애착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위의 플랫폼 환경과 무관치 않다.

SNS 특성도 한몫한다. 블로그,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과는 생리 자체가 다른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으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이때 사진 속 나를 빛내 줄 고가 아이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값비싼 가방, 시계, 구두는 나의 자존감뿐 아니라 내 계정의 존재감을 지탱해준다.

아울러 90년대생들에게는 ‘돈 자랑’ 자체가 허물이 되지 않는다. 외려 돈 많은 사람들을 대놓고 상찬하곤 한다. 과거에는 부유함을 노골적으로 뽐내는 것을 경박하게 보곤 했으나, 지금은 그 돈이 정당하게 번 돈이라면 딱히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플렉스 문화에서 특히나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이른바 ‘셀럽’들의 유튜브 채널에서 90년대생들이 다는 재치 있는 댓글을 보면, ‘애완견이라도 되고 싶다’ ‘양자로 삼아주세요’ 같은 류의 반응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댓글을 보고 기성세대들이 자존심도 없냐, 혹은 지나치게 자조적이라고 ‘정색하고’ 준엄하게 말한다면(‘엄근진’), 포인트가 어긋나도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이렇게 댓글을 달고, 공감을 표시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재미’다. 장난치는 과정 자체가 플렉스 소비를 둘러싼 놀이문화인 것이다. 오히려 속으로는 부자를 질투하면서 밖으로는 괜찮은 척하는 것보다야, 90년대생들의 이러한 유쾌한 ‘부자 숭상’이 좀 더 건강해 보인다.

다만 플렉스 문화가 좀 더 다양한 갈래로 분화되었으면 한다. 가령 플렉스가 기업의 CSV(공유가치창출)와 연결되면 어떨까? 명품 소유를 과시하고자 했던 것처럼, 기업이 주관하는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하고,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사방에 자랑하는 것이다. 

구찌 가방을 들고 찍은 사진에 동경의 댓글이 달리듯, 좋은 일에 앞장서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포스팅 아래에도 공감과 칭찬의 피드백이 이어지는 문화!

예전처럼 남한테 알리지 않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인 성격의 일은 쑥스러워하지 말고 보다 당당히 플렉스하는 문화!

기업이든, 관(官)이든 셀럽과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다음 단계는 이런 콘셉트의 행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좀 더 다양한 얼굴의 플렉스가 출연하길 기대한다.

플렉스!

 

 석혜탁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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