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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간병하며 느끼고 배우는 것들[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신세미 | 승인 2020.03.16 08:55

[논객칼럼=신세미] 

꽃을 피운 행운목 @신세미

올 들어 첫 토요일 큰 수술을 받고 퇴원하신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형제들이 교대로 어머니 댁을 찾고 있다. 오래전 심장판막수술을 받으셨던 어머니는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날 밤 갑작스런 발열 증상으로 대형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을 거쳐 32 년만의 심장재수술 후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이시다.

가정적으로 초특급 비상사태를 겪으며 경황없는 연말연시를 보내다가 2월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니 더욱 마음이 복잡 심란하다. 코로나사태 이후 낯설지 않게된 용어, 기저질환자인 어머니가 마른 기침이라도 하면 제때 치료를 받으실 수 있을지, 병원 이용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의 바이러스를 옮길까 예방 차원에서 손주들이며 형제별로 가족 상황에 따라 일부는 3월 들어 일시 자가격리 중이다.

지난 연말연시 팔십대 중반의 어머니가 과연 수술을 받는 것이 더 나은지, 판단이 어려웠지만 길게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수술 밖에 달리 선택이 없다’  ‘지체하면 언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주치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신 어머니의 동의아래 수술이 이뤄졌다. 주말에도 수술 일정을 잡으며 정성껏 돌봐준 의료진, 훌륭한 의술 덕에 어머니는 경과가 좋아 수술 후 1 주일 지나 귀가하셨다.

그 후 형제들이 당번을 정해 어머니 집을 찾아 초기엔 죽, 반찬 등 음식부터 각종 환자 용품을 챙겼다. 우리 세대, 우리 집은 형제가 여럿이고 퇴직자까지 일정이 임의로워 함께 시간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며 힘든 마음을 다독거렸다. 한편으론 가족이 단출하고 죄다 일정이 바쁜 현직일 경우, 누군가 환자 돌보기를 도맡아야 한다면 시간과 경제는 물론 심리적으로 얼마나 버거울까. 연로한 부모의 간병은 가족 간의 협의, 배려, 자원을 요하는 중대사임을 절감하고 있다. 그동안 주변에서 연로한 부모님 간병과 관련해 숱한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이입을 했다고 여겼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강 건너 불’이었음을 고백한다.

수술 직후 7~10일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어머니의 병원 나들이를 위해 형제 둘이 동행하고 있다. 요즘 같은 비상시국이 아니라도 어르신의 병원 방문, 그것도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할 경우 이동 자체가 얼마나 버거운 일이며, 동행이 2명은 돼야 진행이 자연스럽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승용차가 있더라도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해 주차장에 주차 후 휠체어 챙겨 환자를 앉히는 일을 시작으로, 진료에 앞서 전공과별 접수 수납, 각종 검사를 위한 줄서기 끝에 주치의 면담 후 처방전을 받아 인근 약국서 약을 챙기기까지 이리저리 휠체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며 담당자를 직접 대하거나 자동발급기를 작동하는 과정은 길고 험난하다. 병원마다 내부의 동선도 ‘Long & Winding Road’라 병원 다녀온 날이면 환자가 아니어도 완전 넉다운 상태다.

내 자신이 60대 나이에도 갈 때마다 헤매는 상황이니 윗세대들은 이 과정을 어찌 감당하는지, 나의 10, 20년 후의 병원 나들이는 상상조차 두렵다. 나이 들수록 정기적인 병원 나들이가 일상이라니, 혼자 이동이 수월치 않아지면 누가 나의 동행이 될지... 달랑 하나뿐인 자식에게 기대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병원 나들이를 거들어주는 자원봉사 혹은 도우미 직종이 생기려나.

거동을 못하시는 장모님을 가까이서 돌보기 위해 처가 근처로 집을 옮겼다는 한 지인은 약 처방전을 받기 위한 어르신의 병원행이 가장 신경 쓰이는 가족의 월례행사라고 했다. 매월 환자의 이동이 가능한 차량 조달부터 병원 진료실로 드나드는 과정이 너무도 힘들다는 이야기다.

며칠 전 한 친구는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 90대 어머니의 병원 출입이 걱정스러워 병원에 문의했더니 당분간 전화를 통한 원격 진료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한 걱정을 덜었다고 알려줬다.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 어머니의 수술과 그에 따른 개인적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어머니의 근황을 전한다.

지난 연말연시 어머니 집에서 흰꽃을 피워낸 행운목@신세미

다행히 어머니는 이달 들어 안방에서 거실로 이동하는 동작이 한결 자연스러워지셨다. 어머니가 위중하시기 직전 어머니 집 베란다의 행운목들에 꽃봉우리가 보이기에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피기 힘들다는 행운목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있다는네” 했더니, 어머니 퇴원 즈음 만개한 행운목 흰 꽃이 밤이면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는 게 아닌가. 우연의 일치겠지만 어머니의 회복이 행운목의 축복인양 여겨지며 주변 모두에 감사한 마음이다.

화초를 잘 가꾸시는 ‘초록 엄지(Green Thumb)’인 어머니는 지난주부터 베란다의 행운목, 연분홍 꽃망울을 맺기 시작한 영산홍의 누런 잎들을 정리하며 한동안 가까이 할 수 없던 일상을 조심스럽게 재개하셨다. 유리창 밖 아파트 화단의 매화꽃과 목련 꽃봉우리를 가리키며 “아!, 봄이다”라고 야트막하게 환호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일상이 깨지며 모두들 ‘코로나 블루’, 코로나에 따른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즈음. 모두가 어렵고 지쳐가는 우울한 상황이지만 2020년의 첫 4개월을 잘 이겨내면 2020년 초여름부터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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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미  dream0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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