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왕이 자식을 시집장가 보낼 때 청첩장을 어디서 만들까요?

답은 문구점 규코도입니다. 규코도가 사용하는 종이, 인쇄솜씨는 단연 일본 최고로 꼽힙니다. 규코도(鳩居堂)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방구로 꼽힙니다. 오늘날 규코도는 도쿄 최고의 문구점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 뿌리는 교토에 있고,교토의 규코도가 훨씬 오래된 가게죠.   
 


규코도는 1663년 교토의 혼노지라는 절 앞에서 약종상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출발은 5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오늘날 규코도의 상징인 노렌(발)이 1180년도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규코도가 노렌을 하사받은 해는 1180년이죠.

당시 규코도의 조상인 구마가이 나오자네(熊谷直實)가 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운 덕분에 당시 조정의 실권자였던 미나모토 요리모토로부터 비둘기가 그려진 노렌을 하사받고 그 때부터 자신의 집안의 상징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효시입니다.

구마가이가 미나모토 요리모토로부터 노렌을 하사받게 된 것은 전투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선의 병사들을 위해 가부키와 교겐(광언: 일종의 만담)을 해서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주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해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문양을 갖게 된 규코도는 이후 약종상으로 200여년을 살아가게 됩니다.

처음 규코도는 <꿀로 굳힌 향>으로 유명했죠. 꿀 냄새가 나는 선향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것이 일반인에게 큰 인기를 끕니다. 본래 이 향은 일본 왕실의 궁중에서부터 비방을 전수받은 것이었죠. <꿀로 굳힌 향>은 오늘날까지도 규코도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규코도는 1880년에 이르러 바로 현재의 긴자 5정목에 도쿄 출장소를 냅니다. 바로 이것이 문구점으로 변신, 출발하게 된 계기입니다.다. 이때부터 규코도는 먹, 붓, 종이(화선지), 벼루 등을 파는 문구점이 된다.

교토는 1853년 일본의 수도가 도쿄로 옮겨가기 전까지 1200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는데, 때문에 교토에는 종이, 비단, 먹, 붓, 벼루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이 많았죠. 규코도는 교토에 뿌리를 두고 그러한 업체들이 생산한 문구를 받아 도쿄에서 판매했습니다.

규코도는 1880년부터 62년 동안 긴자에서 문방사우를 팔면서 위치를 굳히게 되죠. 그러다가 1942년에 들어 문방사우를 직접 생산하는 규코도 제조 주식회사, 문방사우를 판매만 하는 교토 규코도 주식회사, 도쿄 규코도 주식회사 등 세 개의 법인으로 분할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졌으므로 제조와 판매를 분할하고, 특히 판매 부분은 교토와 도쿄 등 동서 지역으로 분할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일본 왕실이 규코도로부터 문방사우를 납품받게 되면서 명성을 날리게 된 것도 한 연유이죠.

일본의 왕실은 궁내에서 사용할 모든 물건을 납품하는 상인이 따로 있습니다. 이른바 어용상인이 됩니다. 이들은 일본내에서는 상인으로서 최고의 지위를 가집니다. 품질로서 당대 최고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규코도의 품질이 뛰어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업자들이 규코도에 납품하는 붓, 먹, 화지(종이), 벼루 등은 가격은 뒷전이고 규코도 측으로부터 품질이 당대 최고여야 납품이 가능합니다. 고객 수준이 최고의 손님들이므로 싸구려 물건은 취급하지 않고, 규코도의 조건에 맞추어야 거래가 시작되죠.

그리고 그때부터 규코도 소속 디자이너들의 조언을 받아 최고의 품질에 다시 최고의 디자인을 더합니다. 그렇게 해서 당대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이 탄생하죠.그렇게 당대 최고의 품질을 추구해온 덕분에 그들은 당대 최고의 문방사우점이 되었다.

이 명성 덕분에 오늘날 결혼을 하는 젊은 남녀들은 규코도에서 청첩장을 만드는 것을 최고라고 여깁니다. 규코도가 판매하는 최상의 용지에 아름다운 문양을 넣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을 최고의 영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현재 규코도의 주인은 11대로 구마가이 슌죠(熊谷淳三)입니다. 구마가이 슌죠는 1943년 생으로 일본의 명문인 교토대학 교육 학부를 졸업한 후 마쓰시다 전기에서 8년간 근무했고 이후 1975년 32세 때 규코도의 사장으로 취임했죠. 마쓰시다 전기와 같은 일본의 대 가전메이커에서 경영을 배운 후 규코도의 사장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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