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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불가능국 대한민국[윤유진의 청년의 눈]
윤유진 | 승인 2020.03.19 08:51

[청년칼럼=윤유진]

모두가 집에서 쉬기 시작한 지 어언 3주를 넘어가는 시점, 필자의 가족은 모두 예상치 못했던 무료함에 몸을 이리저리 꼬아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각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는데, 이는 비단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건강하게 집에만 있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심함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건 맞는 것 같다. 지금 국가는 엄청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고, 국민들은 상황 종식에 힘을 보태기 위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니까, 이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연대하여 위기를 헤쳐나가기에 이렇게나 힘쓰고 있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칭찬을 받아야 할 우리는 각자의 집안에서 다른 이유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그 다른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휴식”이다.

한국인들은 휴식을 즐기지 못한다. 사람이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는 법인데, 한국인의 종족 특성 상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즐기는 것은 ‘못하는 일’에 속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해보자면 이런 것이다.

코로나 19 : 이참에 좀 쉬어 대한민국아

대한민국 : 그게 뭔데

코로나 19 : 아, 아니 집에서 좀 쉬라고....

대한민국 :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일할 때는 그렇게나 쉬고 싶었는데, 막상 갑자기 의도치 않은 휴가가 주어지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생겨버린 것이다. 쉬고 있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할 일이 없다는 게 너무 이상하고, 심지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과 우울 증세 호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 생각했다. ‘대한민국은 휴식 불가능국’이라고.

최근 핫이슈가 된 ‘달고나 커피’에 대해서 들어보았는가? 필자 또한 SNS 상에서 너무도 핫하기에 뭔가 해서 봤더니, 달고나 커피는 다름 아닌 고도의 노동력이 응집된 달달한 커피였다. 달고나 맛이 나는 커피를 집에서 직접 제조하는 건데, 커피, 설탕, 물을 섞은 액체가 노란색이 되고, 점성이 생길 때까지 약 천 번을 휘저어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해서 커피를 만들어 먹어야 하느냐고? 필자 또한 묻고 싶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께서 이것을 만들다가 “염병”을 한 백 번은 말씀하신 것 같다. 그 동영상 밑에는 이런 댓글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집에 있으니까 별걸 다 해먹네”, “한국인들은 일을 안 하면 못배기는 스타일.... 완전 딱 맞는 말이에요. 할머니 우린 워라밸이 안되는 사람들인가봐요...”

여기서 워라밸이란,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뜻하는 신조어로서, 일과 삶에서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인데, ‘우린 워라밸이 안되는 사람들’이라는 건 한국인들은 일에만 치우쳐 있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19가 발병하고, 각종 모임이 중단되고, 심지어는 회사마저 재택 근무로 돌리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이 달고나 커피는 유행하기 시작했다. 워크에 너무 매진해 있던 나머지 집에서 할 ‘워크’를 찾아나서다 끝내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 판매 사이트마다 감자가 매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트위터에는 이에 대한 코멘트가 속속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국인들 출근 못하게 하니 커피로 달고나 만들고 있는데 이제는 감자로 무슨 짓 할지 걱정된다” “감자로 수타면 뽑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한국인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건 과로사뿐” “타고난 일 중독에 창작성이 흐르는 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자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타래로 달아 놓은 트윗이 2400만 이상의 리트윗을 타며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예언컨대 아마 좀 있으면 여기저기서 감자로 만든 신박한 음식들이 등장할 것이며, 유튜버들이 이를 리뷰하면서 한국에는 때아닌 감자 붐이 일어날 것이다.

이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누리고 있는 안전함과 평안함에 감사하지 못하고 지금 이 시각에도 각지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계시는 분들을 존중하지 못하는 글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럼은 사회를 들여다보고, 문화를 비평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인들이 나타내고 있는 이러한 특성들도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한 측면이며, 절대 중요하지 않은 포인트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쉬지 못한다’는 건, 꽤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을 열심히 하고 성실히 살아가는 건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사이에서는 게으름이란 멀리 해야 할 부덕(不德)이었으며, 나태해지길 항상 경계하는 모습이 우리 안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특성이 너무도 심한 나머지, 우리에게로 돌아오는 ‘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다.

인간의 신체만 봐도, 내내 일만 하도록 설계되지는 않았다. 적절히 잠도 자야 하고, 음식으로 영양도 보충해줘야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기본적인 필요만 충족한다고 해서 인간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정신은 밥과 잠으로만 지탱시킬 수 없는 것이다. 취미, 쉼, 대인 관계, 가족 관계 등등 정신을 풍요케 하는 ‘휴식’은 따로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이를 누려야 하는 충분한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할 타이밍이 지금이 아닌가 싶다. 휴식이 없으면 정신은 생각보다 금방 무너진다. 그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하면 몸도 언젠가는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 Sound Body, Sound mind(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라는 속담이 괜히 있겠는가?

물론 지금의 휴식은 뜻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이 긴장감과 불안함이 당연할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이 상황들 속에서 드러난 한국의 풍조,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서 짚고 싶었음을 다시 한번 말한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심심함과 쉬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이겨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여전히 잘 실천해주는, 사회적 연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을 꼭 칭찬하고 싶다.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고마워요_질병관리본부

윤유진

정직한 눈으로 사회를 들여다보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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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진  yunyj24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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