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딴생각]

[청년칼럼=심규진]

“아이고 아버님, 우시는 거예요? 걱정마세요 호호호호호”

어린이집 원장님이 휴지 한 장을 뽑아서 건넸다. 울진 않았는데 눈물을 글썽거렸나보다. 원장님의 화통한 웃음이 괜스레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아이를 집 밖으로 보내려니 마음이 무거운 것 뿐이었는데.

‘웃지마세요! 웃지마! 나 심각하다고!’ 라며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해보지만 우리 아드님은 해맑게 웃으며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픽사베이

어린이집 입학 전 학부모 상담을 했는데 보통은 엄마만 참석하지만 간혹 아빠가 함께 참석하기도 한단다. 여기서 ‘간혹’ 참석하는 아빠가 나였고, 비장한 마음으로 평소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입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니, 습격했다.

외관, 정원, 1층, 2층, 화장실. 내 눈에는 모든 것이 관찰대상이었다. 무언가 마음에 걸린다면 꼬치꼬치 캐물을 각오로.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면 온 사방에 CCTV를 설치하고 싶었다. 어린이집에서 잘 생활하고 있는지 일거수일투족 지켜보기 위해서. 이렇게 비장한 각오로 어린이집을 습격했건만 막상 상담실에서 선생님을 마주하자 말문이 막혔다.

“아버님, 뭐가 특히 걱정되세요?”

“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밥을 잘 안 먹을 때가 있고...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어서...”

이 소절에서 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마치 4살 아들을 군대 보내는 심정이랄까. 아빠가 어린이집을 습격한다고 해놓고, 등신처럼 눈물을 찔찔 흘리려고 했으니 아들이 봤다면 가관이었을 것이다.

“아빠, 암. 이거 암.”

아들이 갑자기 내게로 와서 상담실에 있는 과자를 하나 건넨다. 마치 나를 위로하듯이. 마치 나를 응원하듯이. 돌연 정신을 차리고 선생님들께 선물하려고 했던 나의 책을 내밀었다.

“별거 아니지만 시간 나실 때 읽어봐주세요. 제가 출간한 책이예요”

“아이고 이 귀한 걸.. 이런 선물 처음 받아 봐요. 작가님이세요? 무슨 일 하시는거예요? (내 책을 쳐다보며 짝짝짝 박수까지 치신다)”

어린이집을 습격하긴 했다. 선생님들의 마음을 습격했으니.

아무쪼록 우리 아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시길. 나도 멀리서 항상 나의 아들과 선생님들을 응원할 것이다.

아들, 아빠가 등신처럼 울먹해서 미안. 아들을 진짜 진짜 사랑해서 그런가봐.

 심규진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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