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진의 아이디어 세상]

[논객칼럼=안홍진]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투키디데스는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 된다”고 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걸 깊이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념비를 세우고 박물관을 짓는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3천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 간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역사는 잠깐 잊어 버리기로 하자.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풀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20년엔 전 세계인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증유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필자는 이 기록을 갖고,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줄기차게 대화의 소재로 힘주어 말하고 있다. 필자는 의학전문가나 기상전문가는 아니지만, 세계 역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바이러스가 정기적으로 출현하는 현상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추측하게 된다. 다양한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속에서 바이러스가 스스로 변형하는데 안성맞춤의 조건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픽사베이

사회학의 현상을 대표하는 통계이론에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1 : 29 : 300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데, 수많은 산업재해 통계를 분석해 보면 한 건의 큰 사고(major incident)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minor incident)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near misses)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3년 전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뿐아니라 대형호텔 화재는 여러번의 사무실 쓰레기통 담배 꽁초 화재라든지, 아주 작은 누전, 합선이 무시된 결과가 대부분이다.

2020년 지금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이전에도, 하인리히 법칙에서 경고하는 수많은 표징들이 나타났다. 소, 돼지 닭같은 가축에서도, 산짐승에서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인류에게 간접적인 싸인을 보내왔다. 다만, 세계보건기구, 각국 정부가 지나치거나 게으르고 무관심해서 결정적 대책을 안 세운 것일 뿐이다. 한국은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어도 각종 규제와 기관, 정당간 이해 때문에 제대로 된 예방대책을 세우지 못해 현재와 같은 공포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본다.

예를들어 감염병 대유행시기에는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했을 경우  ‘최우선 심사규정’이 있지만, 그나마도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고 법률도 아닌 고시로 돼있어 사실상 규제로 되어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5년 후 다가올지도 모르는 제2의 코로나사태에 대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여러가지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여 직면하는 절체절명의 초대형 경제 위기를 퍼펙트 스톰이라 한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인한 전세계 경제붕괴 같은 것이다. 여기에 생각할 수 없는(unthinkable), 상상할 수 없는(unimaginable) 국내외 사건이 겹쳐 일어 날수도 있다. 국내적으론 대홍수, 장기간 가뭄, 예기치 않은 노동단체의 파업, 지방 주민의 폭동이라든지,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나자 말라는 법이 없다. 국외적으론 이웃국가와의 전쟁, 영화같은 특정종교나 무장단체의 가공할 무기테러와 생화학무기 사용 등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사태에서 겪었듯 팬데믹 전염병같은 국가적 재난도 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과 같이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온다는 전제 하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도, 기업도, 국가도 기존 개념을 다 바꾸어야 한다. 국가예산에 ‘재난기본소득’이나 별도의 특별예산을 책정하는 것, 완전 제로(zero) 금리, 뉴욕주 같은 도시전체의 재택근무, 병원 중증환자의 로봇 간호시스템은 아주 작은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한도 유엔 5개 상임이사국 정도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각국의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의 권한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한편으로 긍정적인 작은 희망이 있다면, 여러나라가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백신이나 신약개발 분야이다. 세계 1차대전 때 스페인 독감치료제 아스피린으로 명성을 얻은 독일 바이엘사가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르퀸이 코로나 환자에 매우 효과가 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진도 현재 일부 확진자에 에이즈(AIDS) 치료제 칼레트라와 클로르퀸을 복합처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 예측 못한 강한 바이러스 치료에도 역사적 경험이 의학적으로 즉각 활용되고 있어 아주 다행이다.

이번 코로나(COVID 19) 사태에서 얻은 모든 빅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또 나타날지도 모를 제2의 New 코로나에 대비하는 지혜로 삼아야 하겠다. 어느 나라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흔들리지 않는 경제적 면역력은 이번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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