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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별입국관리절차 받아보니[한성규의 하좀하]
한성규 | 승인 2020.03.30 15:40

[청년칼럼=한성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세계 최고로 관리하고 있다고?  웃기고(?) 있네.

이 칼럼은 정말 욕먹을 각오로 쓴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담당자를 만나서 들은 사실대로 썼으니 욕을 하려면 여기에 등장하는 개개인은 욕하지 말고 시스템을 욕하기 바란다. 나는 자신의 돈벌이를 접고 대구까지 가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 분들은 컵라면을 먹으며 목숨걸고 환자들을 돌본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정말 어이없지만 나와 접촉한 공무원들 하나하나가 다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명과 지명은 쓰지 않기로 한다. 이번에도 역시 국가의 위기를 국민들 하나하나가 힘겹게 막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나는 3월 24일 입국했다. 이 비상시국에 해외에 왜 나갔다가 와서 지랄(?)이냐고 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대강의 사정을 적어놓겠다. 나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11월 달에 관용여권으로 출국했다. 즉,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에 개념 없이 출국한 것이 아니고 해외에 놀러간 것도 아니다.

3월 19일부터 특별입국관리절차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입국 전 기내에서 건강상태질문서와 특별검역 신고서를 작성했다. 이 모든 신고는 예상대로 자의적으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즉, 내가 기침이 나고 폐가 아파서 숨을 못 쉬는 지경이어도 괜찮다고 적으면 모든 것이 괜찮은 것이 되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도 유증상 여부를 확인했는데, 군대에서 지원을 나온 것 같은 사람이 열을 한 번 재는 것이 다였다. 특별 입국을 해서도 자가진단앱을 설치해서 상태를 보고하는데, 말 그대로 자가진단이었다. 즉, 내가 괜찮다고 하면 다 괜찮은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질병관리본부에 여러 가지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했더니 관할 보건소에 전화를 하라고 하면서 돌렸다. 관할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유증상이 있냐고 물었다. 그 유증상이 무언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며칠째 야근에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고난 후 열이 나거나 기침 증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대뜸 짜증을 냈다. 나는 내가 왜 보건소 직원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는지, 그 분이 왜 나한테 짜증을 내야 했는지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런 증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럼 됐고 매일 건강여부를 물을 테니 답을 해달라고 했다. 보건소 검사 역시 내가 내 상태를 알아서 판단하는 자의적인 검사였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어도 안 걸린 것 같다고 하면 안 걸린 게 될 것 같았다. 나는 지금 증상이 없어도 잠복기에 부모님께 병을 옮길까봐 걱정이 되니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유럽에서 입국했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유증상이 있냐고 물었다. 없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더니 그럼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고 했다. 내가 검사받을 필요가 없는 거냐고 했더니 그런 말은 아니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참. 이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는 말을 잡고 몇 분간 입씨름을 했다. 보건소 공무원은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는 말을 인정하기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상태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해준단 말인가. 이 말을 인정하면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 자기 책임이 되니까? 공무원들은 책임지기를 제일 싫어한다지.

픽사베이

세계가 배운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리 모범국가 대한민국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코로나19관리의 모범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의 특별 관리절차에서 내 상태를 제3자가 체크한 건 단 한번뿐이었다. 의료 인력이 아닌 사람이 공항에서 내 체온 한번 쟀다. 그것도 내 살에 직접 대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한 1센티미터 떨어진 허공에 이상한 기계를 한 번 흔들었다. 35.2도가 나왔는데 허공의 온도를 재는 건지, 내 체온을 재는 건지 알지도 모를 스피드였다. 최빈국이라 의료시설이 열악해 내가 도망을 쳐온 나라에서도 체온은 정석으로 쟀다. 겨드랑이 깊숙이 체온계를 찔러 넣었고, 내가 찝찝해서 티셔츠위에다가 체온계를 대려하자 제대로 해야 한다며 티셔츠를 걷어 올리고는 내 맨살에 찔러 넣었다.

다음날 아무래도 기분이 찝찝해서 검사를 받으면 안 되냐고 보건소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어제도 전화한 인간 아니냐며 대뜸 짜증을 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연락받은 적도 없고, 유증상도 없는데 왜 그러냐며 그렇게 검사를 받고 싶으면 당신 돈 내고 병원에 가서 받으라고 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몇 년째 남들 돕는다고 봉사활동하면서 돌아다니는 나에게 16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 다음날은 더 기가 막히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한국에 올 때 탄 비행기에서 확진자가 세 명이나 나왔다는 신문 보도가 나왔다. 나는 또 보건소에 말해봤자 짜증만 낼 게 뻔해서 질병관리본부에 먼저 전화를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내가 탄 비행기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고, 그럼 언제쯤 질병관리본부에서 파악해서 보건소로 나의 정보에 대해 알려줄 거냐고 물었다. 질병관리본부측은 확진자 역학조사 결과에 따른 검진자 명단이 해당 보건소로 바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보건소에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침이 와야 검사도 하고 자가격리통보도 해서 나를 관리한다고 하면서 나에게 온갖 짜증을 다 냈다"고 하니, 그게 또 아니란다. 그러면서 내 나이를 묻더니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알아보니 비행기의 경우 확진자의 주변 세 줄의 승객만 검진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멍청한, 환자 옆에서 숨을 쉬는 게 문제가 아니다. 확진자와 비말 접촉을 한 사람, 예를 들어 확진자 다음에 화장실을 쓴 승객 등이 문제다. 나는 불행히도 중국어를 한다. 중국 의사 친구와 나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중국인 의사는 대화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니먼 끈번 매이요 리아우지에 저거 삥더 옌쭝셩..." 해석하자면 너희 한국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이 병의 심각성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솔직히 나는 죽어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다른 사람들을 도우러 다니다가 어머니 아버지께 병을 옮기기라도 하면 죄책감에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나는 이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되어 혼란스러웠다. 덧붙여서 역학조사에 이삼일은 걸릴 터이니 그 후에 내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으면 연락이 갈 것이고, 아니면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확진자의 자의적인 진술에만 의존하는 역학조사가 끝나는 동안 확진자와 비말접촉을 했던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활개 치고 돌아다녔을 텐데 이를 어쩌나.

나는 보건소가 완강히 발급을 거부하는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지 않고도 혼자 알아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으니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고맙게도. 질병관리본부의 친절한 상담사분은 보건소에서 이번 사태로 나에게 짜증을 낸 사실은 대신 사과해 주었다. 그나마 사과라도 받았으니, 뭐 된 건가?

앞으로 어떻게 할라고?

나는 이 모든 특별 과정을 체험하며 앞으로의 일이 정말 걱정되었다. 세계 각지에 전세기를 띄어 교민들과 여행객들을 데려온다고 들었다. 외국에서 하루에 3천명도 넘게 사람들이 들어온다. 환자가 넘쳐나는 이탈리아와 미국에서만 천명 넘게 들어온다.

세계 최고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대한민국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 과정을 거치며 발견한 문제점은 두 가지다. 사람들은 코로나 19 검사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확진자가 많다고 한다. 내가 볼 때는 검사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사람들이 더 많다.

두 번째 든 생각은 이 특별입국절차에 따른 철저한 확산방지 대책이라는 것이 99%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거짓말을 하며 막 돌아다닌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 상태를 체크한 것은 의료 인력도 아닌 사람이 공항에서 허공에 띡~ 하고 체온계 한 번 흔든 게 전부다.

해외에 있는 임지에서 할 일이 많지만 내가 임시귀국을 결정한 이유는 딱 한 가지 였다. 내가 거주하고 있던 국가의 정부관리나 의료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코로나19 관리가 다른 나라가 배워갈 정도로 월등하다고 해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나는 괜찮다>고 자의적으로 쓴 보고서만 많았지, 내가 코로나19에 안 걸렸다는 사실을 제대로 체크한 적은 없었다. 그 최빈국에서는 좀 찝찝했지만 적어도 체온은 확실하게 재어서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은 한국도 그리 코로나19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머물렀던 국제기준으로 소위 최빈국이라는 나라와 별 다를 게 없었다. 한 가지 차이라면 그 사람들은 돈이 없어 마스크를 빨아서 쓰는데 한국 사람들은 깨끗한 마스크를 매일 바꿔서 쓴다는 것 정도?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자의적으로 괜찮다는 보고를 이 기관 저 기관에 하루에도 몇 번을 한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책임을 환자 본인에게 미루기 위해서 서류작업 하나는 아주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기관들의 책임 면피 과정은 정말 세계 최고의 철저한 수준이라고 인정해 주고 싶다.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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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규  katana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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