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정치시론 6

비가 옵니다. 연초록 향연이 봄인가 합니다.
 
한국만큼 어릴 때 부터 시험준비로 고단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하는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괜찮은 일자리가 별로 없는 한국의 고용구조가 결국 극심한 시험경쟁의 배경이 아닌가 합니다.
 
연구 공부가 우리민족의 주요 특징이라면 한국에서 우수한 논문 및 저작물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성과가 별로 없음을 감안할 때, 극심한 고시열풍의 배경도 결국 좋은 일자리 차지하기가 핵심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1987년 이후 공무원 재벌기업 노조 언론 직능협회등의 힘이 매우 세졌습니다. 그 중 가장 힘이 센 공무원이 속한 공공부문의 처우는 이전에 비해, 외부민간부문에 비해 월등 높아졌습니다.
 
공공부문은 퇴직 후 연금, 확실한 정년보장, 노동강도, 복리후생비와 주로 갑으로의 사회적 지위 등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최상층의 조건을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또 현금급여도 노동의 상층에 속하는 100인이상 사업장(총종사자 300만명)을 기준으로 올려버렸습니다. 가령 노동의 성격이 비슷해 공공부문 국제비교의 대상이 되는 교사의 경우 2007년 현재 15년 경력의 한국 국공립 중학교 교사는 1인당GDP의 2.2배를 받습니다.
OECD평균은 1.23배, EU평균은 1.19이며 나라별로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는 같은 15년경력에 0.9배, 1.13배, 1.12배, 0.69배를 받습니다. 미국은 0.97배, 프랑스는 1.04배, 일본은 1.45배, 독일은 1.69배를 받고 있습니다.

대체로 GDP를 다소 상회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공공부문의 경우 대체로 교사와 마찬가지로 2배정도를 받습니다. 그래서인지 고졸을 전제로 직무설계되었던 하위직 공무원 자리 하나를 놓고 대졸자 100명이 경쟁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또 조직력 자금력 로비력 여론주도력이 뛰어난 전문직(국가가 자격을 부여하는 '사'자 직업)은 과거나 지금이나 진입장벽을 통해 면허 숫자를 조절했습니다. 역시 희소가치로 인해 선진국의 동일 직종에 비해 처우가 높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고용의 80%를 점하는 100인미만 기업 전체와 100인 이상 기업 임시 일용직 종사자의 경우는 노동(우수인력 및 지식정보), 금융, 시장 등에서 총체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세계화, 지식정보화, 자유화, 중국의 부상,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업종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만명은 낮은 임금과 열위의 노동조건에서 상위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은 하늘에서 별따기가 된 것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국가와 사회의 완충(복지부문)역할이 적은 한국사회에서 열위의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값비싼 과외라도 마다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10%내에 들어가는 좋은 일자리에 있는 직장인이라 할 지라도 '불만, 불안, 고단함'으로 부터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차기정부와 19대 국회를 포함하는 한국사회의 지도층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너져가는 한국공동체,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상처난 사회'로 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구조라면 10%의 좋은 직장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라도 그 자식은 하위90%의 열위직업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 오피니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