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현의 MTB 여행 9

 

팔당역에서 오르는 예봉산과 운길산역에서 오르는 운길산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중앙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늘어나는 등산객과 남한강 자전거길 개통으로 라이더들까지 합류하면서 두 역의 주말은 서울 도심지역의 출퇴근 풍경과 비슷해진다.
 


전철 개통 전에는 덕소에서 오르는 코스와 운길산역에서 오르는 예봉 임도 코스를 즐겨 탔는데, 이제는 등산객들에 떠밀려 시우리에서 시작되는 싱글코스에서 출발하여 예봉 임도코스로 내려오는 반대코스를 타게 된다.

마석에서 동호인들과 출발한 시간이 9시 30분, 날씨가 풀린 탓에 모두 가벼운 복장이다.

창현리를 지나 남서쪽 방향에 맹골로 불리는 골짜기로 들어서면 해비치골프장이 우측에 있고, 300m쯤 지나면 시우리 넘어가는 오솔길이 가파르게 버티고 있다.

지난해 홍수로 깊게 파인 계곡이 그대로 방치되어, 끌고 들고 하면서 500m쯤 오른 후, 고갯마루에서 휴식을 취한다.
 
짧은 다운힐이지만 콘크리트로 이어진 내리막길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조심한다.

마을에 들어서니 산 아래까지 새로운 포장도로가 보인다. 이제는 산길 모두를 포장할 태세다.
 
시우리 마을에서 시작되는 오솔길에 봄이 찾아왔다. 나뭇가지 색깔이 변했고, 들판에 솟아오른 잡초들 사이에서 알듯말듯한 나물들이 보인다. 몇 주 전만해도 응달에서 눈을 볼 수 있었는데, 꽃들이 산길을 열어준다.

벌써 운길산역에서 올라온 라이더들이 내려오고 있다. 수터에서 많은 등산객들의 인사를 받는 일이 잦아진다. 대부분 자전거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 게 다반사다.

약수터에서 좌측으로 300m쯤 오르면 운길산과 예봉산 사이 주능선이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운길산, 오른쪽으로는 예봉산으로 가는 갈림길이며, 직진하면 곧바로 운길산역으로 내려갈 수 있는 오솔길이다.

예봉 임도를 타려면 오솔길로 직진하여 싱글 길을 타고, 10분쯤 내려가면 작은 다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임도가 시작된다.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 오른쪽 예봉 능선길를 선택한다. 계단을 피해가지만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능선의 바윗길에서는 대부분 들쳐 메고 오르고, 작은 정상에 오를 때는 온몸으로 자전거를 받쳐 들고 오른다.

중심을 잡을 수 없을 만큼 가파른 고개를 수차례 넘었는데도 도와 마주치는 길이 나타나질 않는다.
가끔 마주치는 등산객들이 혀를 끌끌 차며 지나간다.

팔당대교가 보이고, 두물머리가 보이고, 운길산과 예봉 정상이 양쪽에서 손짓을 하는데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임도 줄기가 나타났다 사라지며 지척인 것 같은데 내려가는 길이 없다.
 
능선 길을 계속해서 들고 메고 내려갈 수는 없어, 가파른 벼랑길을 내려가기로 한다. 푸석푸석한 산 흙을 밟으며 자전거를 메고 잡목들을 헤치며 20여분 내려가니 임도가 보인다.

신발 안은 흙투성이고, 등줄기에는 흐르는 땀 길이 나 있고, 바퀴살 사이사이마다 잔가지와 낙엽들이 박혀있다.산은 산이다. 오르지 못할 산은 없지만, 겸허한 마음을 갖지 못한 선택이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장비를 다시 챙기고, 긴 내리막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예봉산 8부 능선에서 시작하여 마을 입구까지 쉬지 않고 내리막길이다.

운길산역까지 3km정도 내려오는 다운힐코스에서 라이딩을 마감할 예정이다. 평탄한 임도이지만 10여분 정도 계속 페달을 멈춘 채 내려오기만 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팔목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발바닥도 경련이 일어난다.

따라서 페달을 수평으로 맞추고 허벅지로 안장을 꽉 낀 상태로 내려가야 한다. 안장을 허벅지로 잡고, 핸들을 잡은 손을 자주 풀어준다. 손이 자유로워야 내리막길에서 편하게 내려올 수 있고, 팔목이나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언제 땀을 흘렸냐는 듯 시원하던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엉덩이를 들고 허벅지에 낀 안장에 힘을 주고 내려오면서 해방을 느낀다. 이 맛 때문에 산을 오른다.

힘들게 오른 만큼, 내려오면서 보상을 받는다. 많은 라이더들이 산에서 다운힐을 하며 “산뽕 맞았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산에서 히로뽕을 맞았다”는 뜻이란다. 그만큼 즐겁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거미박물관을 지나 운길산역에 다다르니, 생선 굽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역 주변이 온통 장어구이집이다.

언제부터인지 운길산역 주변은 장어구이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두부전골집 한 곳과 포장마차 몇 개를 빼고는 장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대성리방향으로 수종사 가는 길에도 개업을 준비하는 장어집이 늘고 있다.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시작되는 양수리부터 금냠리까지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남양주촬영소까지 부분적으로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끊긴 곳이 많아 도로를 타고 금남리에서 화도배수처리장에 있는 피아노화장실을 거쳐 마석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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