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논객칼럼=유세진]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빈사 상태이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집계에 따르면 1일 현재 전 세계에서 91만130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4만5371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서도 997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169명이 사망했다. 수많은 나라들에서 식당이나 술집 등의 영업이 중단되고 사람들 간 만남이나 모임은 제한되고 있다. 스포츠 및 문화 행사들이 취소되고 가능한 한 재택근무가 권장되고 있다. 식료품과 의약품 구입을 위한 외출을 제외하고 불필요한 외출이 금지되는 등 세계인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각국 증시는 10여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많은 나라에서 무수한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 또는 축소하는 등 제조업이 위축되고 항공업과 여행업 등에서 수많은 실업자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전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와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치료제나 백신이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이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많은 나라들이 국민들에게 외출을 제한하고 집 안에 머물 것을 지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것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권고 사항의 준수 여부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은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며 "앞으로 2주는 매우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말했다.

픽사베이

한국에서도 2월부터 3월에 걸쳐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됐었다. 그래도 이제는 짧은 기간 내에 급속한 확산을 잡고 어느 정도 통제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놓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WHO는 우리의 방역을 '교과서'라고 평가하고, 해외 언론은 우리의 방역과 함께 사재기 없는 우리 사회를 칭찬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일 "국가간 경제 교류의 필수적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이 주요 20개국(G20)의 입장으로 공식화됐다"고 말했다. 국가간 경제 교류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또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대규모로 실시한 것도 분명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된 것, 또 한국이 감염자 수에서는 세계에서 13번째, 사망자 수로는 16번째로 많다는 점은 한국의 초반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속한 대규모 진단 검사 실시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는 모두 코로나19가 이미 널리 퍼진 상태에서 도입됐다. 그 이전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으로부터 한국으로의 입국을 막아 코로나19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철저하게 막아 감염자 수 218명과 14명에 사망자가 전혀 없는 베트남이나 몽골에 비교하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한국도 1일부터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2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뒤늦긴 했지만 그나마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분명히 막기 위해선 위험국가들을 포함해 해외 입국자들을 전면 금지하는 쪽으로 확대하는 것도 이제는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국내 발생을 막는 것과 함께 해외로부터의 유입을 막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자들에 대한 처벌도 지금보다 훨씬 강력해져야 한다.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자가격리 명령을 받고도 이를 무시한채 지난달 4박5일 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서울 강남구의 모녀를 상대로 제주도가 1억3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더 강력한 처벌을 통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은 꿈도 꿀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검역 규정을 위반해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키고, 그로 인해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숨질 경우 7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미국에서도 당국의 집회 금지 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플로리다주와 루이지애나주의 목사들이 줄지어 기소됐다.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무모하고 무책임한 결정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지침을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 징역 6개월 또는 1만1000호주달러(약 8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반복해서 위반하는 자는 가중처벌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미국, 호주가 하는 일을 우리가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31일 공개된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의 71%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 추적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의무적인 건강검사 같은 보다 공격적인 조치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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