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 칼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4살이 된 아들. 이제는 친구도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건만,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한편으로 가정보육을 더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들이 집에만 틀어박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니 내 마음이 답답했다.

집에 있는 미끄럼틀을 타다 병원놀이, 주방놀이도 지겨워 공룡 피규어를 꺼내어 싸움을 부쳐보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전동 자동차를 타고 거실을 누비는 것도 10분. TV 속 뽀로로도 아들의 마음을 오래 붙잡아 두지 못했다. 그렇게 아들은 부엌으로 가서 각종 냄비, 후라이팬을 꺼내기 시작했고 양념칸에 있는 간장, 소금, 식초, 물엿의 뚜껑을 열었다.

픽사베이

한 손에는 밥주걱, 다른 한 손에는 후라이팬을 집어 들고 요리를 했다. 자신이 먹던 사과를 집어넣고 식초를 뿌리고 때로는 견과류를 넣고 간장을 뿌렸다. 10분, 20분, 30분. 아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수십 만원을 지불해서 산 교구나 장남감에는, 심지어 주방놀이는 금방 질려하더니 놀이가 아닌 ‘실재’를 만난 아들은 어느새 쉐프가 되어 있었다.

그런 아들을 보고 아내는 앞치마까지 입혀주며 요리를 독려했고 아들은 정성스럽게 요리해서 밥상을 차리기에 이르렀다. (물론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미안해 아들.)

‘아빠, 이거 이거’

‘엄마, 이거 이거’

‘아가, 이거 이거’

‘암암! 암!’

자기 동생까지 챙기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다 컸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들의 요리는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요리사 직업체험을 충분히 하게 된 아들이 장래희망란에 쉐프를 쓴다면 나는 좋아해야 할까. 걱정해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건 아들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어떤 일이든 응원하리!

코로나가 아들을 쉐프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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