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딴생각]-도전 후기

[청년칼럼=심규진]

작가의 옷을 입은지 어언 4년차. 한창 글을 쓸 때는 키보드 소리가 화음을 이루어 오케스트라가 될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 문장 쓰기도 어렵다. 어설픈 책 세 권 낸 주제에 벌써 슬럼프라고 말하는 건 가당치도 않기에 입 다물고 책을 읽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네이버에 ‘독서법’을 검색해보니 수백 가지의 독서법이 존재했고 내 눈에 들어온 건 ‘하루 한권 독서법’이었다. 미쳤다. 하루 한권이라니...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이참에 직접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루 한권 독서법의 골자는 이랬다.

첫째, (접근) 목차를 보고 구성형식을 파악한다.

둘째, (본문) 굵은 글자와 도표를 먼저 읽고 사례는 대충 본다

셋째, (장소/시간) 새벽시간을 활용하고 항상 책을 펼친다

넷째, (마무리) 에필로그에서 저자의 생각을 가볍게 확인한다.

시중에 하루 한권 독서법에 관한 책이 몇 권 있었는데 종합해본 결과 네 가지 방법으로 요약할 수 있었고, 당장 실행에 옮겨보았다.

첫 날 읽은 책은 『신들의 봉우리(유메마쿠라 바쿠)』라는 두꺼운 소설이었다. 목차를 먼저 읽고 내용 파악에 들어갔고, 책 여기저기를 뒤적였지만 어디가 중요한 부분인지 알 수 없었다. 실패했다.

다음 날, 하루 한권 독서법을 도저히 소설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믿음의 마법(마리 폴레오)』이라는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었다. 새벽 6시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서 점심시간, 퇴근 후 짬을 내어 책 전체 내용을 파악했다. 사례는 대충 읽었고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믿음의 마법'은 믿음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행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당연한 내용?)

그리고 세 번 째 책은 『7년간의 마법 같은 기적(노신임)』이라는 에세이였다. 목차를 보니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고 큰 사건 중심으로 중요 단락을 확인했더니 책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치매 아빠를 위해 사랑을 담아 실천한 딸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었다. (그 에피소드가 뭐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 있는 독서 경구.@오피니언타임스

하루 한권 독서법을 실천한지 24일이 되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이 독서법은 에세이, 자기계발서에만 적용이 가능하며 자기계발서도 실습위주의 책은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 투자 실전가이드북』은 전체 흐름은 파악할 수 있지만 하루 만에 실습을 못하기 때문에 독서 자체에 의미가 없었다.

2. 에세이를 읽으면서 공감이 되거나 감동이 밀려오면 잠시 멈추고 그 문장을 곱씹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서 책을 다 읽고도 기분이 나빴다. 과식하고 체한 느낌이랄까.

3.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적용점을 찾아 실천 계획을 세우는 편인데, ‘좋은 내용이구나’라는 생각 외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4. 시간이 지날수록 한권을 읽어냈다는 보람은 있으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는 놓치는 느낌이었다.

5. 내일은 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두려움이 엄습했다.

결론적으로 인스턴트식 책 읽기인 ‘하루 한 권 독서법’은 지극히 일부 책에만 적용할 수 있으며, 그마저도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안 그래도 바삐 살아가야 하는 인생, 독서마저도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문득, 대충 읽은 100권 보다 정독한 1권의 힘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라면 심리학부터(장루겅)』라는 책을 끝으로 하루 한권 독서법을 중단하련다.

역시, 책은 곱씹어야 제맛이다.

 심규진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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