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진의 아이디어 세상]-노조와 경영자간의 상생

[논객칼럼=안홍진]

‘코로나(Covid 19) 경제공황’이 발생했다. 이제 시작이다.

장기화하든, 곧 끝나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소멸될 즈음에는 그 짙은 그늘이 드리워질 것이다. 불황과 공황 땐 쓰러진 기업들의 사체가 거리에 넘쳐 나고 하이에나로 돌변하게 될 벌처펀드(vulture fund) 투자자들이나 차이나 머니 등이 코를 킁킁거리며 그 곁을 어슬렁거릴 것이다. 여기에 일자리를 잃은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그들의 비명과 불행한 목소리들이 낯익게 들릴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기업들은 경제 위기때 마다 이를 굳건히 극복해 오며 국가경제산업 발전의 자랑스런 주체가 되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놓이면서 앞으로 노사민정(노조,사용자,시민단체,정부)의 ※상생협력이 중차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의 위기를 노조, 경영자, 정부,시민단체가 어떻게 상생의 정신으로 협력해야 하는지 점검해보기 위해 기획물을 싣는다.

1편) 노조와 경영자간의 상생협력을 중심으로, 2편)정부와 시민단체의 역할을 중심으로,3편)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협력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상생협력; 네이버의 사전적 의미는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서로 합하여 돕는 일”이란 뜻.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의 '노사 힘겨루기'

1997년 IMF 위기 때는 한보,진로,삼미그룹 등 30여개 그룹 부도를 신호로, 1998년 6월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배찬병 상업은행장 두 사람은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그룹 계열사 20개사를 포함해 55개 퇴출대상 기업명단을 발표하는 참담한 역사가 있었다. 이후엔 100여개 금융기관과 대우그룹이 쓰러져 엄청난 실업자들이 양산됐다.

국회의원 선거지원 유세에 뛰어들었던 현대자동차 출신 전 노조위원장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건설과 관련해 노사 상생발전 협정서 파기를 선언한 한국노총, 작년 5월 대우해양조선 인수에 반대하고 최근 코로나 19사태 속에서 부분파업을 한 현대중공업노조, 대선공약에 힘입어 해고자를 복직시킨 쌍용차 노조, 지난해부터 7개월 이상 회사측과 심한 대립과 갈등을 이어오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올 4월 임금협상을 마친 한국GM과 르노삼성차 노조, 탈원전 정책으로 희생돼 휴업여부를 놓고 회사측과 협상 중인 두산중공업 노조 등등...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 소속 노조들의 현주소다.

서울시내에 걸린, 대우조선 매각반대 현수막 @오피니언타임스

때로는 정치성향을 띠고 경영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는 모습은 경영정상화로 가는 상생협력의 입지를 막아 버리는 듯하다. 한편 사측 경영진도 투명하게 경영현안을 공개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에 계속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할 때이다. 불황 타개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 상생의 협력정신이 발휘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포스트 코로나(After corona)시대의 상생협력

“IMF(국제통화기금) 역사상 세계 경제가 지금처럼 멈춰선 것을 목격한 적이 없다. 90개 국가가 긴급자금을 요청했는데 75년간 한번도 없던 일” 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이 90개국의 경우 잔혹한 경제 불황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엄청난 근로자들이 일자리 재배치나 해고,실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만해도 올 3월 한 달 실업급여를 타간 사람이 약 61만명(9000억원)을 기록하고 3월 한 달 신규신청자가 15만 6000명이라고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일용직과 영세업자는 이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지원하겠다고 한 100조원은 국민세금(공적자금)이다. 모든 기업이 지원대상이 아니다. 대기업에 대해선 자구책이 우선 선행돼야 한다고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공장이 문을 닫고 판매현장에는 고객이 사라져, 매출이 급격히 줄고 기업의 혈액인 자금이 돌지 않아 문을 닫으면 그 때는 이미 늦다. 상생협력은 기업이 살아 있을 때의 일이다.

“강한 기업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기업이 강하다”라는 말은 코로나 공황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침체기와 불황을 넘어 ‘코로나 대공황’시대에 돌입한 지금은 '기업 경영의 정상화를 위한 상생협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최근 유가까지 급락해 전례없는 위기상황이지만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구성원들과의 최우선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한 SK 이노베이션 노조, “코로나 경제위기를 노사상생으로 극복하자!”며 임금협상을 사측에 일임한 33년 무분규의 금호석유화학 노조는 상생협력에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다.

≪코로나 19 이후의 외국기업들의 상생협력 사례≫

월스트리트, 뉴욕타임즈, 이코노미스트 뉴스를 보도한 국내 중앙일보, 한국일보 및 이코노믹 리뷰 등의 내용을 보면 최근 ‘코로나 대공황’에 들어가면서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 기업들 일부는 구조조정 돌입 ▶이들 국가 일부기업들은 사업폐쇄 단행, 호텔, 항공사 등 서비스직 근로자들을 식품점, 온라인 소매점, 병원 등으로 인력 재배치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코로나 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50만 명의 인력을 충원하는 등 최대의 인력 재배치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직원 12만 5000명의 대다수 직원 무급휴가 돌입 ▶유통체인점 콜스도 전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만 5000여명 일시 해고 ▶명품 백화점 브랜드 노드스트롬은 6주간 직원일부를 일시해고  ▶갭과 바나나 리퍼블릭 등의 의류 브랜드를 소유한 갭 그룹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점원 8만명을 일시 해고하는 등 코로나 전쟁 이후의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 양대 노총도 ‘코로나 전쟁’에 필수무기(Weapon)를 들어라 ≫

‘코로나 전쟁’에 용맹스러운 전사(warrior)의 모습으로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며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하는 산하지부 간호사 등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전하는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온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편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해고제한법과 해고금지법 도입을 요구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일시적 경영상 악화에 의한 ※정리해고를 제한하거나 금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양대 노총의 지휘부도 이제 글로벌 ‘코로나 전쟁’에서 「상생협력」이라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무기를 갖추어야 한다.

※ 정리해고 (근로기준법 제 24조);1997년 12월 IMF와의 협약으로 김대중 대통령 정부때 도입됐다.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사업의 인도,양수,합병등)가 있어야 하며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해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에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요약)

노총의 요구는 ‘축구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의 선수를 일체 바꿀 수 없거나 위치이동을 못하게 하는 불공정한 게임 규칙을 도입해 달라는 것’으로 느껴진다. 야구경기에서 패배 중인 팀에게 절망적인 9회말, 전략상 그라운드 일부 선수를 벤치로 불러들여 쉬게 하고 새 선수를 투입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도입한다면 관중(국민)이 쳐다 보고만 있을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노동유연성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기업 사정상 일단 해고되면 재취업이 어렵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한 해고를 못하고 파산하면 그 회사 모든 근로자는 한꺼번에 일자리를 상실하게 된다. 당연히 신규채용도 할 수 없게 된다.

인력재배치, 사업구조조정, M&A(인수합병) 등의 경우 노동유연성을 전제로 노사간의 신뢰와 희생에 바탕을 둔 상생의 정신이 발휘돼야 한다. 이젠 노조가 5년 후 경영진에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해보자!’고 제안할 때다. 국민과 투자자들이 보기에 얼마나 멋진 제안인가?  ※이솝 우화처럼 자기이익의 성(城.castle)에만 매몰돼 투쟁해 오던 과거 5~10년 전의 ‘상생패턴’은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게 순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솝우화 ; 발을 다쳐 잘 걷지 못하는 들판의 양 한 마리를 놓고, 사자와 곰이 서로 차지 하려고 싸우다 둘 다 치명상을 입는다. 언덕 위에서 이를 바라보던 여우가 와서, 잽싸게 양을 채고 유유히 달아난다. 서로 돕거나 나누는 게 아니라(상생), 독차지 하려는 욕심을 채우려다 둘다 피해(파산)를 입는다는 이야기.

우리기업 노조와 사측 경영진의 상생협력은 ‘고난의 역사’ 속에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노조 집행부와 경영진도 코로나 전쟁 상황 아래에서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소수를 희생해 다수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결단을 내릴 수도 있어야 한다. 잘못된 판단은 2차𐤟 3차 협력회사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져 결국은 그 기업이 속한 생태계를 파괴해 해당 기업도 문을 닫게 된 사례를 지난 30여년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심한 ‘라이벌’인 애플과 구글이, 코로나19 감염자의 이동 궤적을 찾아내는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때, 위 미국 경쟁기업간 ‘상생협력의 사례'가  ‘경쟁업종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두 대기업에서 제품이나 공동사업 개발을 위한 협력사례'로 발표됐다면, 해당 회사의 두 노조는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하고 필자는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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