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2500명의 주민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고 학교급식이 안 되는 방학 기간에 지역의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조그마한 국수집이 있다. 이 국수집은 수익금을 전액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조미료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수익이 많지 않지만 이 국수집은 이익보다는 사회적 기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렵게 살아가는 지역의 임대아파트 노인들이나 학생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 국수집은 노동조합에서 설립하여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의정부 마을기업이다. 이 국수집을 만든 노동조합은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이다.

이 국수집을 만든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 '작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기업 노동조합처럼 돈이 많지도 않아서 노조는 6800만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국수집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수집은 3명의 정규직 일자리와 8명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었다. 지역 노인들이 주로 일하고 있다.

국수집에는 노인 손님이 많다. 노인들이 이 국수집을 많이 찾는 이유는 가격이 싸다는 것 외에 또 있다. 노인 손님들을 귀하게 대우하기 때문이다. 늙고 힘들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이웃으로서의 역할이 이 국수집이 하는 또 하나의 활동인 셈이다.

노동운동은 어려운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운동으로 인정을 받아왔으며, 80년대 후반 이후 우리사회의 민주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집중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었던 이유이다.

그렇지만 90년 대 이후 노동을 둘러싼 갈등이 노동조합으로 제도화되면서 점차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이라는 기업 내부의 제도성 게임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노동조합이 점차 기업 내부의 문제에 갇히고 있기 때문이다. 10%에 머무는 조직 노동자의 이익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는 경향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더욱이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기업 외부의 노동시장이 크게 형성되고 있다는 현실이 노동조합의 역할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비정규직과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을 비롯한 90%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제도에 포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노동운동도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노조의 연합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노조 건설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지지도 그리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한 질레마가 아닐 수 없다.

연대와 상조기능은 노동조합의 오랜 전통 위에 살아있다고 알고 있다. 노조 조합원간의 연대와 국제적인 노동자 연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중요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과의 연대와 상조가 더 중요하다. 우리 이웃과의 연대, 그리고 어려운 우리 이웃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 강조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의정부 청소노동자들의 작은 실천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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