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아재는 울고 싶다]

[청년칼럼=하정훈]

전례 없는 세상이 됐다. 진짜 역사책에나 나올 법한 상황이 됐다. 그렇다. 우린 후대에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 수록될 만한 상황 속에 놓인 것이다. 의도치 않게 주인공이 될법한 상황. 근데 이건 바라지 않았다. 정말.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시대,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내 일도 정통으로 날아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진로강의를 하는 나는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특수근로계층, 즉 취약 계층이 되었다. 실업급여도 없다. 국가에서 프리랜서 재난지원금이라고 준다고 하는데, 쥐꼬리만한 돈이다. 내 일을 사랑하지만 이렇게나 뿌리가 약한 직업일 줄은 몰랐다.

아이들에게 본인의 기호와 적성을 찾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자주 메시지를 전했었는데, 내가 지금 취약 계층이 돼버렸다. 아이들에게 적성이고 뭐고, 그냥 공무원이나 해라. 큰 회사, 현금이 많은 회사에 들어가라고 하는 게 현재로선 더 들어 맞는 듯하다. 어떤 댓글을 보니, 나와 비슷한 직업의 누군가가 글을 썼다. 내용은 이랬다. ‘ 예술을 하다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쉽게 버려지는 직업이 될 줄 몰랐다 ’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직업들의 근간이 흔들리고 버려지고 있는 현재다. 나는 글을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행사를 진행하는, 말 그대로 사람 만나는 일만 하고 있었다. 숙고 끝에 나는 나의 정체성을 당분간은 버리기로 했다. 하고 싶은 꿈조차도 버리기로 했다.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

픽사베이

그리고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방역 일을 하고 있다. 단기직이긴 하지만, 현재에 무조건 필요한 일이고, 그나마 업이 보존되고 있는 상황에 안도하고 있다. 업의 유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식이 가까워질 때까지. 그때가 되면 내 현재의 일도 없어질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업을 유지하려면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지속되길 바라는 상황. 그렇다. 정상의 사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일의 지속을 위해' 현재의 상황을 절대 바라지 않기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척 바보스럽지만 그건 예측할 수 없는 현재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어떤 석학들은 대공황 시대보다도 더 경제적 난국으로 빠지는 상황이 될 거라고도 하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종식 이후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각자도생의 태도로 현재를 이겨내라고 하고 우리의 대통령은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와 개방의 태도로 함께 이겨내자고 한다. 어떤 이들은 외국인들의 국내 유입을 막지 않는 정부를 욕하는데, 세계 속의 우리나라는 방역 모범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정말로 표준과 기준을 정립하기 어려운 시대다. 분명한 건 전문가들의 말처럼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불씨가 되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좀 더 앞당겨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기에 우리도 삶을 살아갈 태도를 새롭게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이전까지 가졌던 본인의 정체성마저 새롭게 다시 가꿔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 이제까지의 자신의 정체성마저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다윈이 말한 것처럼 변화 속에 살아남는 건 그 변화에 적응하는 태도일 테니까.

 하정훈

 그냥 아재는 거부합니다.

 낭만을 떠올리는 아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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