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논객칼럼=김선구]

외국은행에서 근무할 때는 국회나 국회의원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지내다 2000년 국내은행으로 전직해서 얼마 안지나 국회의원이란 존재에 대해 깨우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대기업부문 여신을 다루는 심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당시 국회정무위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느 국영기업에 대한 CP 매입한도 500억원을 승인하는 과정에 정부 압력이 의심된다며 관련 서류를 갖고 국회의원실로 갖고 오라는 요청을 했다. 당시 그 공기업은 각 은행으로부터 매번 금리 입찰을 부쳐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고를 정도로 갑의 지위에 있었다.

외국은행에서 오래 일한 탓에 국내사정에 어두워서인지, "우리는 민간은행이어서 그런 요청을 국회의원으로부터 직접 받는 게 마땅치 않으니 필요하면 금융감독원에 그런 자료를 요청하라"고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얼마 안지나 금감원으로부터 "그 자료를 갖고 국회의원 실에 주고 오라"는 연락이 와서 "금감원에 제출할 테니 거기서 주는 게 절차상 맞는다"고 주장하니 "금감원에는 팩스로 보내고 원 자료는 직접 전해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직속 상사인 부행장에게 보고했더니 "자기와 같이 들어가자"며 긴장한다. 별거 아닌 거로 밝혀졌지만 해당 국회의원은 "괘씸하다"며 "은행장을 국정감사때 부르겠다"고 협박해 은행에서 다른 경로로 무마하느라 애를 썼다. 그런 경험을 직접 겪으며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이 평소 어떤 힘을 쓰는 지 깨우친 바 있다.

우리헌법에 반영된 주요 원리로 국민주권,자유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 등을 들 수 있다.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간접민주제도인 대의제 정치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그들을 대표할 국가기관을 선임한다. 법치주의란 국가권력발동은 반드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거나 그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리라 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오피니언타임스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입법권,예산심의 확정과 결산심사권을 행사하고, 그리고 대정부 견제역할을 맡으라는 사명을 지고 있다.

21대 국회가 4년 임기를 2020년 5월 30일 시작한다. 개원식에서 모든 국회의원들이 하는 선서의 핵심을 꼽으라면 “국가이익을 우선으로”라는 걸 들고 싶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나 소속정당, 그리고 자신의 지역구 이익을 우선으로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되고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입법,재정 그리고 대정부 감시와 견제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에 충실한 국회의원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 든다.

헌법기관으로 국회가 설치되고 헌법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일하는 의원을 뽑는다는 전제로 선거를 하지만 헌법정신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우리 국회다. 문제의 원인을 몇 가지로 추려본다.

1.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선거

전체 의석 300석중 253석이 지역구를 통한 선출인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밀착형 공약을 내걸고 경쟁한다.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도 아닌데 지역공약이 남발된다. 여당후보는 힘 있는 후보를 강조해 은근히 지역예산을 많이 끌어올 거라 자랑한다. 실제로 예산안이 통과되면 자신이 예산을 끌어와 진행된다는 사업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린다.

2.지역구민 의견수렴절차 소홀

대의제에서 국민의 대표로 주요 현안에 대해 지역구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또 주민과 다른 자신의 소신이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나 그런 노력을 보기 힘들다. 국가적인 현안이 있을 때 미국의 town hall meeting처럼 지역구민들의 의견을 듣거나 설득하는 과정이 참다운 대의제이다.

3.의정활동 피드백 부족

주요 법안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를 평가하는 사회인프라와 관심이 부족하다. 대정부 견제란 국회사명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등이 초선 이후를 노리는 후보의 도전에 주요항목이지만 체계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국가이익보다는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우는 의원에게 유리한 선거이다 보니 힘 있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보다는 공생하려는 전략이 의원 장수 성공신화를 만들며 헌법정신을 유린한다.

국회는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입법활동과 행정부견제를 하라는 사명을 부여받았는데 뽑을 때는 지역구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지켜줄 인물이 당선되는 구조인데다 대의정치의 큰 축으로서 민의를 수렴하거나 설득하는 과정도 없는 모순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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